중국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이 미국 GE(제너럴일렉트릭)의 가전사업부를 인수하면서 북미 가전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LG전자는 북미 가전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지키고 있는데 강력한 강자가 등장한 셈이다.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 사장은 프리미엄 가전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북미시장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하이얼, GE 브랜드 이용해 북미 공략
윤혁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8일 “하이얼은 GE 가전사업부를 활용해 북미 진출에 나설 것”이라며 “하이얼이 GE의 영업망과 AS조직을 활용한다면 가전시장에 빠르게 침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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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 사장. |
하이얼은 15일 GE의 가전사업부문을 54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번 인수계약에는 하이얼이 향후 40년 동안 가전제품에 GE의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됐다.
현대증권은 “하이얼은 북미에서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GE 브랜드를 계속 사용할 것”이라며 “메이드인차이나(Made in China) 이미지로 북미시장을 공략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하이얼이 북미에 진출하면서 북미 가전시장의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이얼은 중국 내수를 기반으로 세계 최대 가전업체 수준으로 몸집을 불렸다. 하이얼은 중국에서 가전시장 점유율 3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하이얼은 중국을 제외한 북미 등 해외에서 그다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북미 가전시장에서 점유율은 1%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얼은 중국 스마트폰업체 레노버가 모토로라를 인수해 북미에서 스마트폰 점유율을 늘린 전략을 따르고 있다”며 “LG전자는 북미에서 스마트폰에 이어 가전에서도 중국업체에 밀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조성진, 북미 점유율 방어하나
조성진 사장은 북미 가전시장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앞세워 점유율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2014년 기준으로 북미 가전시장 점유율에서 12%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3위인 GE가 10%로 LG전자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LG전자는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 중심에 있는 대형 광고판에 ‘LG시그니처’ 광고를 내보내는 등 프리미엄 가전의 홍보에 힘을 쏟고 있다.
LG시그니처는 LG전자의 냉장고, 세탁기, 공기청정기, TV를 한 라인에 묶어 고급화한 브랜드다. LG시그니처 냉장고는 700만 원대의 고가로 올해 상반기에 북미에서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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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가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중심가 전광판에 띄운 'LG시그니처' 광고. |
조 사장은 CES 2016에서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주느냐가 중요하다”며 “’LG시그니처’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등 프리미엄 브랜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처음 판매할 곳으로도 북미를 선택했다. 조 사장은 “초프리미엄 전략으로 5년 내 북미 프리미엄 빌트인에서 톱5 안에 들겠다”고 말했다.
이런 전략으로 LG전자는 당장 하이얼의 추격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혁진 연구원은 “LG전자가 초고가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LG시그니처’로 프리미엄 브랜드 시장을 공략하고 있기 때문에 하이얼의 북미진출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전략은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운 시장지배력 강화인 반면에 하이얼은 중저가 제품 중심의 점유율 확대 전략”이라며 “LG전자 입장에서 하이얼은 당분간 위험요소가 안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