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증권의 새 사외이사 영입을 놓고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생명은 18일, 삼성증권은 19일 주주총회를 열어 조배숙 전 의원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각각 사외이사로 새로 선임한다.
조 전 의원이 사외이사로 선임되면 삼성생명 사외이사진은 관료출신 2명, 정치인 출신 1명, 학자 출신 1명으로 구성된다.
조 전 의원은 자리에서 물러나는 이창재 전 법무부 차관에 이어 새롭게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조 전 의원 이외에 강윤구 전 보건복지부 차관, 허경욱 전 기획재정부 차관, 이근창 전 보험학회 회장 등이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조 전 의원은 4선 국회의원을 지낸 법률 전문가다. 1980년 제22회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서울고등법원 판사를 역임했다.
그 뒤 16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의원으로 의정 활동을 시작해 17대(통합민주당), 18대(민주당, 민주통합당), 20대(국민의당, 민주평화당, 민생당) 국회의원을 지냈다. 20대 국회에서는 민주평화당 대표를 맡기도 했다.
삼성 금융계열사에서 국회의원 출신 사외이사를 뽑는 것은 삼성화재가 2017년 박대동 전 새누리당 의원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이후 4년 만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내년부터 이사회에 여성 이사를 1명 이상 둬야하는 만큼 이에 적합한 후보자를 추천한 것"이라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도 조배숙 사외이사는 검사 및 판사로 근무했던 법률전문가이며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정책을 입안하고 심의한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사외이사로서 정책 수립 및 의사결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2년 8월부터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법인 이사회에 여성이사 1명을 포함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삼성생명이 여성이사 확보 외에 보험업법 개정안 논의 등 삼성생명의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범여권 인사였던 조 전 의원을 영입했다는 시선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회 사정을 잘 아는 조 전 의원을 통해 소통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용진‧이용우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 보유액 평가방식을 원가에서 시가기준으로 전환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약 20조 원 규모에 이르는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한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변화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그룹의 주요 관심사이기도 하다.
같은 맥락에서 삼성증권이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것은 금융당국과 소통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을 비롯해 사모펀드 사태로 규제 및 감독이 강화되면서 금융당국의 뜻을 파악하고 금융회사의 의견을 전달하는 일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면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판매원칙을 위반한 금융회사에게 징벌적 과징금과 과태료가 부과된다. 증권사가 판매규제를 어기면 관련 수입의 최대 5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과태료도 최대 1억 원까지다.
소비자가 금융회사의 상품에 가입할 때 설명을 충분히 듣지 못해 손해를 봤다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고의나 과실이 없다는 입증 책임을 금융회사가 져야한다.
고객과 분쟁이 발생해 분쟁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금융회사가 고객을 대상으로 법적 소송을 제기할 수도 없다.
임 전 위원장은 행시 24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대통령실 경제비서관, 기획재정부 제1차관 등을 지냈다.
2013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하고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금융위원장을 맡았다.
임 전 위원장은 전라남도 보성 출신이다. 지난해 11월 은행연합회장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임 전 위원장은 사외이사 임기가 끝나는 정부균 전 국제금융센터 원장에 이어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린다. 임 전 위원장 이외에 장범식 숭실대학교 총장, 이영섭 안동현 서울대학교 교수 등이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