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를 향한 미국의 제재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기업들이 지난해 중국에서 흔들림 없는 실적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화웨이 제재를 이어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데 중국시장에서 화웨이를 대체할 거래선을 찾으려는 노력도 올해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도 작년 중국 매출 선방

▲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15일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0년 중국에서 매출 37조8천억 원을 거둬들여 2019년 38조 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미국은 2020년 중국 화웨이를 상대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공급을 제한하는 제재를 내렸다.

삼성전자는 화웨이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어 한국 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화웨이는 2019년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 중 한 곳이었으나 2020년에는 5대 매출처에서 제외됐다. 실제 화웨이 매출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전체 중국 매출규모는 유지가 됐다. 샤오미·비보·오포 등 중국에서 화웨이를 대신할 기업 수요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매출 감소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1월 말 진행한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화웨이 제재 이후 중국 고객사 중심으로 수요 증가가 관측된다”며 “전반적으로 모바일부품의 잠재 수요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화웨이 매출 비중이 삼성전자보다 더 높았는데 역시 화웨이 제재에 따른 중국 매출 감소의 충격은 크지 않았다. 제재 이전 삼성전자의 화웨이 매출 비중은 한자릿수 초반, SK하이닉스는 두자릿수로 추산됐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중국 매출 12조2천억 원을 올렸다. 2019년 12조6천억 원과 비교해 감소폭이 3%도 채 되지 않았다.

LG디스플레이는 오히려 중국 매출이 2019년 15조4천만 원에서 16조7천만 원으로 늘었다. 화웨이를 모바일 올레드(OLED)패널 고객으로 두고 있지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 모두 2020년 화웨이 제재 우려가 불거졌을 때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화웨이 위험(리스크)을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다른 전자부품 기업들의 중국시장 성과 역시 화웨이 제재의 충격이 느껴지지 않는다. 

삼성전기의 중국 매출은 2019년 2조2천억 원에서 2020년 2조8천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LG이노텍의 중국 매출도 1620억 원에서 1640억 원으로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이 2020년에는 화웨이 제재의 파고를 잘 넘어간 것으로 보이지만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 중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2021년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2020년보다 6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들어 미국에서 화웨이 제재의 불을 놓은 트럼프 행정부가 물러나고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며 정권 교체가 일어났으나 중국을 향한 견제의 방향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화웨이 제재 역시 지속되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12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통신장비 및 서비스업체 명단에 화웨이, ZTE 등 5개 중국 기업을 올렸다. 전날에는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에 5G 통신장비용 부품 공급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기업 제재가 샤오미 등 국내기업의 다른 고객사까지는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국내기업들이 이전처럼 관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재 위협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12일 국방부의 샤오미 블랙리스트 등재와 주식매수 금지조치 등 제재를 임시해제했다. 재판부는 “정부는 샤오미가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근거를 설득력있게 제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방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하기 직전인 1월 샤오미 등 9개 기업을 중국군과 연관이 있는 기업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에 따라 투자금지조치가 적용돼 미국 투자자들은 11월까지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