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호 CJ푸드빌 대표이사가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온 뚜레쥬르 매각의 무산으로 재정비 계획을 다시 짜야하는 상황에 놓여 어깨가 무겁게 됐다.

김 대표는 빠듯한 재정으로 기존에 추진해오던 수익성 중심 전략을 이어가면서 어수선해진 내부 분위기도 다잡아야 한다.
 
뚜레쥬르 매각 못한 CJ푸드빌, 김찬호 어수선한 분위기 재정비 숙제

▲ 김찬호 CJ푸드빌 대표이사.


12일 CJ그룹에 따르면 당분간 뚜레쥬르 매각을 재추진하지 않고 CJ푸드빌의 기업가치를 정상화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CJ그룹 관계자는 “CJ푸드빌은 수익성 중심의 전략을 펴게 될 것이다”며 “그동안 자체적으로 구조조정 등 체질개선을 해 온 데다가 뚜레쥬르의 현금창출능력이 좋아 당장 그룹 차원의 자금지원계획이 필요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최근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그룹과 진행해온 뚜레쥬르 매각논의를 중단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CJ그룹은 3천억 원 수준을 요구했으나 칼라일그룹은 국내 제빵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CJ푸드빌 재정비계획을 대폭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천억 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졌고 당장은 모기업인 CJ주식회사의 자금지원도 기대하기 힘든 만큼 김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이나 속도는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매각대상이었던 뚜레쥬르로부터의 현금흐름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은 김 대표에게 위안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뚜레쥬르는 해마다 200억 원 수준의 현금창출능력(상각전영업이익)을 보유해 CJ푸드빌의 재정비 전략을 어느정도 뒷받침해 줄 수 있다.

CJ푸드빌은 3월부터 수도권 핵심매장을 중심으로 정기권 등 구독서비스를 확대해 도입하면서 코로나19 이후 회복시점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푸드빌 관계자는 “구독서비스 강화는 코로나19 회복시점을 내다보는 의미도 어느정도 지닌다”며 “이미 일부 외식매장에서는 의미있는 방문객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코로나19가 물러간다고 해도 외식시장이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과거의 오프라인 점포 운영 전략에서 벗어나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비점포 매출 전략에 좀 더 집중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CJ푸드빌은 지난해부터 사업전략을 매장 수 늘리기에서 수익성 확대로 바꿔가고 있다.

비수익 매장을 정리하면서 핵심매장을 주변상권에 맞는 특화매장으로 새로 단장하고 가정간편식시장 진출, 배달서비스 도입 등을 통해 체력을 회복해가고 있다.

이를 위해 배달 플랫폼과 협업, 자체 딜리버리서비스 운영, 공유주방 진출 등을 추진했으며 레스토랑간편식(RMR)을 개발하고 온라인쇼핑몰에 입점하는 등 새로운 시도도 했다.

CJ푸드빌은 배달수요가 급증한 2020년 하반기에는 빕스 등 외식매장의 배달매출이 늘었다. 뚜레쥬르도 같은 기간 배달서비스 매출이 70%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혼란을 겪었던 뚜레쥬르 및 CJ푸드빌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일도 김 대표가 풀어야할 숙제다.

뚜레쥬르를 사모펀드에 매각한다는 소식에 뚜레쥬르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컸다. 당시 가맹점주들은 손해배상과 가맹계약 취소까지 불사하겠다며 맞섰다.

이에 김찬호 당시 베이커리 본부장 등 임원진이 매각 이후에도 뚜레쥬르에 남아 그동안 상호 맺어온 관계를 이어가겠다고 약속해 불씨를 잠재울 수 있었다.

가맹점주들과 불협화음이 일단락된 이후에는 ‘뚜레쥬르 매각 다음은 CJ푸드빌 통매각’이라는 설이 나돌자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CJ그룹이 나서 CJ푸드빌 통매각설을 부인해야 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지난해 뚜레쥬르 매각과 관련해 내외부적으로 혼란이 있었으나 함께 하는 것이 결정된 만큼 다시 힘을 합쳐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려고 한다”며 “뚜레쥬르 가맹주협의회와는 오랜 기간 좋은 관계를 이어온 데다가 매각 문제로 촉발된 갈등도 일단락돼 연대감이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뚜레쥬르는 기존 배달서비스 등 비대면서비스를 강화하고 협업 이색상품을 출시해 수익성을 한층 끌어올리기로 했다.

CJ푸드빌은 CJ그룹의 외식 전문 자회사다. CJ가 지분 96%를 들고 있다.

과거 무리한 해외진출로 적자를 냈고 국내 외식시장 업황이 나빠지면서 재무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2018년 들어서는 부채비율이 6500%를 넘고 순손실이 1280억 원에 이르는 등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이 됐다.

이후 해외사업 및 부실매장 정리를 통해 2019년 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면서 회생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으나 2020년 코로나19 영향으로 다시 타격을 입으면서 미래가 불투명해졌다는 시각이 많다.

CJ푸드빌은 2020년 3분기까지 누적매출이 2019년 같은 기간보다 32.7% 감소했다. 특히 빕스, 계절밥상과 같은 뷔페형태의 매장 매출이 60~70% 급감했다.

이에 CJ그룹은 CJ푸드빌 재정비를 위해 40대의 젊은 임원인 김찬호 CJ푸드빌 베이커리 본부장을 대표이사 자리에 올렸다.

김 대표는 2012년부터 CJ푸드빌 글로벌 사업담당, 2016년 투썸플레이스 본부장, 2018년 베이커리 본부장을 맡아 CJ푸드빌의 성장전략을 주로 이끌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