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이 롯데온 수장의 사임을 계기로 이커머스사업전략 개편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강 부회장은 영입되는 외부전문가와 함께 통합온라인몰 ‘롯데온’의 문제점을 수정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들어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겸 롯데그룹 유통BU장. |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온을 이끌던 조영제 이커머스사업부장의 사임을 두고 롯데온의 대대적 변화가 예고된 것으로 해석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조 사업부장은 롯데백화점 출신으로 강 부회장과 함께 롯데온을 준비 단계부터 챙겨왔다. 조 사업부장이 이커머스사업의 실무를 맡고 강 부회장은 이를 지원해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롯데온은 첫 날부터 시스템이 불통됐고 데이터 통합도 매끄럽지 않아 소비자들로부터 질타를 받는 등 잡음이 계속됐다.
2020년 롯데온의 거래액은 7개 계열사의 2019년도 온라인 거래액을 단순 합한 것보다 7% 증가하는 데 그치는 등 성장성 측면에서도 부진했다. 경쟁사인 SSG닷컴의 2020년 거래액이 2019년보다 37% 증가한 것과 비교된다.
롯데그룹은 우선 이커머스사업 노하우가 있는 외부인사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커머스사업 경력이 없는 내부인사로는 롯데온의 시장 안착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조 사업부장의 사임을 두고 사실상
신동빈 회장의 질책성 인사였다는 말도 나온다. 롯데온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으로 지난해 말부터 3개월 동안 롯데지주 감사팀의 감사를 받기도 했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 초 사장단회의에서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는 이유는 전략이 아닌 실행의 문제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롯데온을 향한 질책으로 해석됐다.
다만 롯데지주 관계자는 "조 사업부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갑자기 사의를 표명했다"며 "외부에서 후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최우정 전 SSG닷컴 대표이사가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다.
최 전 대표는 이커머스업계에서 20년 넘게 일한 전문가로 SSG닷컴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0월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이 SSG닷컴 대표까지 겸임하게 되면서 최 전 대표가 퇴임했는데 지속적으로 롯데쇼핑이 영입할 것이란 말이 나왔다.
최 전 대표는 롯데온 경쟁사인 SSG닷컴 대표였던 만큼 롯데온이 수정할 부분이나 지향해야 할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최 전 대표는 2020년 6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롯데온은 쓱닷컴과 겉모습은 비슷해 보이지만 내부는 전혀 다르다”며 “SSG닷컴은 신선식품 위주의 이커머스이고 롯데온과 지향하는 콘셉트 방향성에 차이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전 대표 외에도 변광윤 전 이베이코리아 대표이사,
박은상 전 위메프 대표이사 등도 롯데온의 새로운 수장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강희태 부회장은 수혈된 외부전문가와 함께 롯데온의 시스템 문제를 정비하고 롯데쇼핑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차별적 서비스를 만드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롯데온 중심의 통합을 다시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온이란 통합몰이 출범했음에도 계열사의 기존 온라인몰이 계속 운영되며 시너지를 내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경쟁사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온은 최근 배송 플랫폼 스타트업 PLZ(피엘지)와 손잡고 ‘릴레이배송’, ‘퇴근길배송’ 등을 시범운영하며 기존 ‘새벽배송’을 뛰어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릴레이배송은 주문 2시간 내에 배송을 마치는 서비스다. 마지막 현관까지 구간을 담당하는 플렉서가 따로 있어 플렉서의 담당구간에 트럭이 오면 물건을 꺼내 최종 목적지까지 오토바이나 도보로 배달하는 방식이다. 기존 방식보다 속도가 2배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릴레이배송은 현재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시범운영하고 있다”며 “고객 호응이 좋으면 적용 지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이 외부 전문가 영입을 시작으로 이커머스기업의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자체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키우기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2019년 티몬이 매물로 나왔을 때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의 인수후보로 롯데그룹도 떠오르고 있다”며 “롯데그룹이 이커머스사업 안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