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는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가 ‘그렇게 가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더니 이 지사도 ‘기승전 기본소득은 아니다’고 받아주셔서 그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지사는 18일 보도된 ‘시사인’ 인터뷰에서 “지금 대한민국이 받아든 과제가 기본소득은 아니다”며 “이재명 지사가 ‘기승전 기본소득’만 계속 주장하면 정책 논의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고 이 지사를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지사는 김 지사의 비판을 놓고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제가 진정 강조하고 싶은 것이 바로 '기승전 경제'이고 기본소득은 기승전 경제를 위한 하위 개념”이라며 “기승전 경제를 통해 오직 ‘국민을 위한 원팀’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 지사는 같은 글에서 “김 지사가 초대해 주신다면 부울경지역 ‘기승전 경제’의 상징인 가덕도신공항 예정지를 함께 둘러보고 싶다”고 했다. 김 지사 역시 23일 YTN에 출연해 이 지사의 제안을 놓고 “언제든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이 지사가 김 지사를 향해 내놓은 반응은 국민의힘 유승민, 김세연 전 의원 등을 향해 내놓은 반응과 뚜렷히 대조된다.
이 지사는 김 지사를 향한 반응을 내놓기 하루 전인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김세연 전 의원을 향해 “전에는 4인가구 월 17만 원, 연 200만 원을 '화장품 샘플' 수준으로 평가절하 하더니 이번에는 '용돈소득'이라 폄훼하니 참으로 안타깝다”며 “30만 원은 돼야 기본소득이고 4만 원은 용돈소득일 뿐이라는 표현은 병아리는 닭이 아니라는 말처럼 불편하다”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닭, 병아리, 삼계탕 등 온갖 비유를 들면서 김 전 의원과 기본소득 논쟁을 이어오고 있다.
이 지사의 이런 모습은 올해 들어 부쩍 거세진 당내 견제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다음 대통령선거후보로서 지지율 1위를 굳혀가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잇달아 이 지사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친문계의 적자로 꼽히는 김 지사의 이번 비판 역시 이 지사를 향한 당내의 견제 움직임의 하나라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 지사로서는 상대적으로 미약한 당내 지지가 대선으로 가는 길에 큰 걸림돌인 만큼 그를 향한 당내 주요 인사들의 움직임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지사는 12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현재 그의 처지를 놓고 “정치라는 일이 보람되고 영광스럽지만 때로는 칼날 위를 걸으며 세상에 홀로 된 기분일 때가 많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 지사가 외부를 향할 때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정치쟁점에는 거침없이 ‘사이다’ 발언을 쏟아냈던 모습이 되살아난다. 이 지사의 높은 지지율도 그의 이런 시원시원한 모습에 기본적으로 바탕을 두고 있다.
특히 소수 기득권층을 향해 직선적이고도 강경한 대응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의사 파업 카드를 꺼내든 대한의사협회를 향한 대응이 대표적이다.
이 지사는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이 담긴 의료법 개정을 놓고 대한의사협회에서 코로나19 접종에 파업하겠다고 반발하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지사는 말에만 그치지 않고 간호사의 예방 접종 등 의료행위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수술실 CCTV 설치 법안 처리까지 요구하는 등 의료계의 반발에 물러서기는커녕 기회를 만난 듯 더 강한 공세를 펼쳤다.
이 지사의 과감한 행보는 여론의 흐름을 읽은 뒤 내린 판단일 수도 있다.
리얼미터가 24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에게 면허를 취소하는 법안을 놓고 68.5%가 찬성, 26.0%가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보면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