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수소사업 공식 출발이 다른 주요 그룹과 비교해 다소 늦었는데 국내외 기업들이 관련 시장에 투자를 쏟으면서 벌써부터 기술 선점, 시장 선점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한 예로 한화솔루션은 2020년 12월 미국 수소탱크 제조회사인 시마론 지분 100%를 인수해 기존 수소자동차용 탱크 외 수소 운송 튜브 트레일러용 탱크, 충전소용 초고압 탱크 등을 생산하는 기술 확보에 나섰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2월 수전해분야 전문가를 수소기술연구센터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국내 수소연료전지 선두기업 두산퓨얼셀은 국내외 수소시장 성장세에 발맞춰 생산능력 증설에 힘을 쏟고 있다.
수소에너지분야는 SK가 올해 투자를 집중하겠다고 밝힌 4대 핵심사업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SK는 올해 1월 수소 등 친환경에너지, 첨담소재, 바이오, 디지털부분을 4대 핵심사업으로 정하고 기존 투자 1센터~3센터와 아이큐브센터로 나눠뒀던 조직도 그린 투자센터, 첨단소재 투자센터, 바이오 투자센터, 디지털 투자센터로 재편했다.
장 사장은 조직개편을 알리며 “올해는 4대 핵심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SK의 파이낸셜 스토리를 실행에 옮기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수소사업을 새로운 먹거리사업으로 점찍은 SK에게 시장 성장이 본격화하는 올해는 선발기업들을 따라갈 수 있는 중요한 해다.
장 사장이 ‘투자형 지주회사’를 지향하는 SK의 투자부문을 더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는 점에서도 수소분야는 매력적 투자처로 꼽힌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이 세계적 정치·경제 문제로 대두되면서 수소에너지의 잠재력이 부각되고 있고 이에 세계 각국에서 수소 관련 분야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며 “연료전지, 수소차기업에 집중됐던 투자자들의 관심이 국내 수소 생산과 인프라 등 공급 관련 기업들에게도 흘러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까지 세계 각 국가의 수소 관련 투자가 한 해 평균 380억 달러(약 42조2370억 원), 2041년부터 2070년까지는 한 해 평균 1810억 달러(약 201조181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SK가 SK바이오팜 지분 매각으로 손에 쥔 1조 원을 자회사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소송 합의금으로 지원할 가능성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에서 벌이고 있는 전기차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패소 판결을 받아 궁지에 몰렸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국제무역위 판결 전에는 합의금으로 2조 원 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금은 SK이노베이션이 합의를 이끌어내려면 더 많은 합의금을 들여야 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의금이 5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SK가 SK텔레콤을 주축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경영현안으로 안고 있는 만큼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지배구조 개편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SK는 SK텔레콤을 중간지주사로 전환하고 SK텔레콤 투자부문과 합병을 통해 SK하이닉스를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두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을 구상하고 있다. 개정 공정거래법 기업집단 규율 내용에 따르면 지주회사가 보유해야 할 자회사, 손자회사 지분율이 상장회사는 기존 20%에서 30%, 비상장회사는 기존 40%에서 50%로 강화된다.
이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해 자회사 SK하이닉스 지분 10%가량을 더 확보해야 해 현재 주가 기준으로 9조 원가량이 필요하다.
SK는 24일 자회사 SK바이오팜 보유주식 가운데 860만 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SK는 이번 주식 처분으로 모두 1조1162억8천만 원을 확보하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