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 및 반도건설로 구성된 한진칼 주주연합(3자연합)이 해체수순을 밟을까?
22일 항공업계에서는 3자연합이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다룰 안건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발송하지 않으면서 경영권 다툼의 의지를 잃었다는 말이 나온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
3자연합 내부를 잘 아는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발표하고 한진칼 지분을 10% 가까이 얻게 되면서 3자연합 내부에서는 동요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영권 분쟁 상황이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과 다름없다며 이길 수 없다는 분위기가 돌았던 것이다.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8천억 원을 투입하면서 지분 10.66%를 확보함에 따라 3자연합의 한진칼 지분은 41.7%로 줄었다.
반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호지분(37.7%)과 산업은행의 지분을 합치게 되면 약 48%로 3자연합을 월등히 앞서게 된다.
3자연합으로서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 주주제안을 한다고 하더라도 안건이 통과할 가능성이 적다고 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산업은행이 한진칼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 3자연합이 목소리를 높일 명분이 줄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강성부 KCGI 대표는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3자연합의 주장을 산업은행이 대신했기 때문에 이번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는 주주제안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경영진 감시와 견제 등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은행과 이해관계가 같다”며 “통합 항공사가 탄생하면 시너지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경영권 다툼의 동력이 사라지면서 3자연합의 결속력도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3자연합 측에서 일하던 구성원 가운데 일부가 이탈하는 사례가 나온 것도 이런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그동안 법률적 자문을 맡겼던 법무법인과 맺은 위임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법률자문을 담당했던 변호사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 이번 사건을 대리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3자연합의 홍보 관련 총괄을 맡고 있던 담당자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3자연합의 홍보 관련 담당자가 손을 뗀 것은 더 이상 여론전에 힘을 쏟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 담겨있을 수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3자연합이 법률적 계약으로 공동의 의사를 표시하기로 정했다고 하더라도 합의를 통해 계약을 해소할 수 있는 만큼 해체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강성부 KCGI 대표가 지난해 초 기자간담회에서 3자연합이 계약을 통해 협력관계 등을 법적으로 확약했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합의를 통해 계약을 해제하는 것도 하나의 가능성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