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대표 쪽 인사들은 15일 TV토론의 무산을 두고 금 전 의원 쪽의 책임이라고 일제히 비난했다.
양쪽은 2월15일, 25일 두 차례에 걸쳐 TV토론을 벌여 이른바 '제3지대 후보 단일화'를 하기로 지난 9일 합의했다. 하지만 1차 토론의 방식 등을 두고 실무협의를 벌이다 전날인 14일 끝내 무산됐다.
안 대표 쪽은 우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을 TV토론 무산의 첫째 이유로 들었다.
선관위가 ‘단일화를 위한 TV토론은 후보당 1회만 허용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림에 따라 이를 국민의힘 쪽 후보와 진행하는 단일화에서 써야 한다는 것이다.
금 전 의원 쪽이 TV토론 방식을 두고 실무협상에 추가로 응하지 않고 자기 주장만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 전 의원 측이 실무협의에 응하지 않으면서 원만한 토론을 희망한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모순적 행보에 유감”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 전 의원은 안 대표 쪽이 실무협상을 질질 끄는 탓에 실무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서울 종로구에서 전국장애인 차별 철폐연대와 간담회 한 뒤 기자들을 만나 “선관위가 안 대표와 내가 방송토론을 했다고 해서 국민의힘 후보와 못 한다는 해석을 내린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선관위에서 토론을 금지하는 것도 아닌데 선관위 얘기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도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 측이 계속 '원점에서 논의를 하자'는 말을 반복하고 있어 토론을 하고 싶은 것인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양쪽의 핵심 쟁점인 '1회 토론'을 두고 "후보 단일화 TV토론을 단 한 차례 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은 19년 전 사례이고 지금 상황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면서 금 전 의원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안 대표는 토론을 피하고자 선관위가 제시한 과거 사례를 과잉해석했다는 인상만 남기게 됐다.
다만 양쪽은 이날 실무협의를 거쳐 18일 TV토론을 벌이고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종 합의인지 여부가 알려지지 않아 추가 협의 과정에서 변수가 튀어나올 가능성이 남아있다.
사실 안 대표에게 TV토론은 상처뿐인 흑역사다. TV토론이 지지율 반등의 기회가 되기는커녕 거의 매번 지지율 추락의 계기가 됐다. 이에 이번 선거에서도 TV토론이 안 대표의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시선이 꾸준히 나왔다.
특히 2017년 대통령선거 TV토론회는 안 대표에게 지우고 싶은 기억이다.
당시 안 대표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제가 MB 아바타입니까”, “제가 갑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 등의 발언을 해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말투와 태도 역시 감점요소였다. 상대 후보의 공격을 받으면 의연하게 대처하기보다 평정심이 흔들리며 뜻밖의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에게 “그만 좀 괴롭히십시오”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특유의 사투리 억양과 느린 어조 탓에 이런 점이 더 부각됐는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안 대표를 놓고 “초등학생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의 TV토론에서도 점수를 만회하지 못했다. 1년 전 대선 때와 같은 눈에 띄는 실수는 없었지만 나아진 점도 없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말투의 문제가 아니라고 진단한다. 정책적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정계에 진출해 초반부터 대선주자급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 뒤 정치인으로서 필요한 능력과 정책을 차곡차곡 쌓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는 토론에서도 그대로 약점으로 이어졌다.
앞서가는 안 대표와 쫓아가는 금 전 의원의 토론에 관한 태도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안 대표가 TV토론을 특별히 꺼려서라기보다는 '부자 몸사리기'를 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TV토론 무산 자체는 안 대표에게 부담이다.
무엇보다 다른 예비후보들은 일제히 TV토론 일정을 확정하고 흥행 준비를 시작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 4명은 16일, 19일, 23일 하루에 두 팀씩 1대 1 토론을 각각 벌이기로 했다. 민주당 예비후보 두 명은 15일 MBC ‘100분 토론’에서 TV토론 진행한다.
자칫 안 대표만 TV토론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나쁜 의미로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TV토론 흑역사'가 새삼 화제가 될 수 있다.
안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고 만나 “TV토론은 당연히 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주에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