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하나금융지주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 부회장과 윤 사장이 임기 마지막 해 좋은 성적표를 내놓은 만큼 재신임을 바라볼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하나금융지주가 순이익에서 비은행부문의 비중을 3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5년이나 앞당겨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금융투자와 하나캐피탈의 실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2020년 말 기준 비은행부문 비중은 34.3%로 1년 전보다 10.3%포인트 높아졌다.
이 부회장은 하나금융지주에서 국내사업 부회장을 맡아 하나금융지주 비은행부문의 ‘맏형’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나금융지주는 2020년 비은행부문에서 순이익 9040억 원을 냈는데 하나금융지주의 순이익 비중이 40%를 넘는다.
이 부회장은 2019년 3월 세 번째 임기를 시작했는데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하나금융투자의 사상 최대실적을 이끌었다.
이 부회장은 2022년까지 자기자본 5조 원, 순이익 5천억 원을 목표로 세워두고 있는데 올해 순이익 4천억 원을 넘으며 목표에 한발 다가섰다.
하나금융투자와 더불어 하나캐피탈도 하나금융지주비은행 부문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나캐피탈도 지난해 순이익 1772억 원을 거두며 사상 최대실적을 넘었다. 2019년보다 64.5% 증가했다.
하나카드가 2019년보다 174.4% 증가한 순이익 1545억 원을 내며 하나캐피탈과 격차를 줄였지만 하나캐피탈이 비은행부문 계열사 가운데 순이익 기준으로 하나금융투자에 이어 2위를 지켰다.
윤 사장은 하나캐피탈의 자산포트폴리오를 자동차금융 중심에서 투자금융, 해외사업 등으로 다각화하며 안정적 실적을 거둘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실적만 놓고 보면 이 부회장과 윤 사장이 재신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부회장과 윤 사장이 금융지주 계열사 대표이사로서 짧지 않은 임기를 이어왔다는 점은 재신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보통 금융지주 계열사 대표이사는 임기 2년을 받은 뒤 1년 정도 연임한다.
이 부회장은 2016년 3월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에 올라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 연임했다. 햇수로 따지면 5년째다.
윤 사장은 2017년 3월부터 4년째 하나캐피탈을 이끌고 있다. 윤 사장은 2019년 3월 연임에 성공하면서 이례적으로 2년의 임기를 보장받았다.
이 부회장의 연임 여부와 관련해서는 선행매매 논란이 또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금감원은 1월 하나금융투자에 이 부회장의 선행매매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담긴 의견서를 전달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부회장은 3일 입장문을 통해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로서 챙겨야 하는 각종 회의 및 행사 등 주요 현안들이 있어 직원에게 해당 계좌를 맡기게 되었을 뿐 금감원에서 제기한 혐의와 관련된 매매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선행매매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나금융지주 회장 선임절차를 고려하면 3월이 돼서야 이 부회장과 윤 사장 등 계열사 대표이사후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는 2월 중순 회장후보 추천위원회를 통해 다음 하나금융지주 회장 최종후보를 뽑은 뒤 임원후보 추천위원회를 통해 계열사 사장단 최종후보를 선정한다.
하나금융지주 계열사 14곳 가운데 11명의 임기가 3월 끝난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