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실적 반등에 성공하면서 매물로서 매력을 회복하고 있다.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가 원하던 방향대로 핵심역량 중심으로 대우건설을 빠르게 바꿔낸 만큼 매각이 이뤄질 때까지 경영을 책임질 가능성아 커 보인다.
29일 건설업계와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대우건설의 실적 증가세는 향후 2~3년 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대규모 주택분양, 해외사업 체질개선 등을 통해 영업이익이 2019년보다 53.4%나 늘어나며 실적 반등에 성공했는데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들은 평균적으로 대우건설이 올해 매출 약 9조7천억 원, 영업이익 약 6800억 원을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20%, 영업이익은 24%가량 늘어나는 것이다.
대우건설이 실적 반등세로 매물적 가치를 빠르게 높이면서 매각이 당초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이뤄질 수 있다는 시선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실적 감소와 시공능력평가 순위 하락 등으로 원매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상황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KDB인베스트먼트는 매각시기를 놓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KDB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대우건설 매각을 본격화하는 시기를 특정해 두고 관련 준비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며 “잠재적 매수자가 원한다면 매각 관련 논의는 언제든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KDB인베스트먼트가 대우건설 매각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생기면서 김 사장은 매각이 이뤄질 때까지 대표이사로서 대우건설을 계속 이끌어 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6월7일 임기가 만료된다. 조만간 후임 인선절차가 시작돼야 하는데 매각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면 역량있는 인사들의 관심을 끌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대우건설이 빠르게 매각되면 다음 대표는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새 주인의 의지에 따라 교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KDB인베스트먼트로서는 다음 대표에게 임기를 보장해줄 수 없는 만큼 능력이 검증된 김 사장에게 대우건설의 대표를 계속 맡기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김 사장은 핵심역량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실적 반등의 기반을 마련하면서 KDB인베스트먼트의 신뢰를 이미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2019년 7월 KDB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건설을 1호 자산으로 넘겨받은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우건설의 핵심역량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뒤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고 잘하는 분야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풍부한 시공경험을 보유한 주택과 해외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등에 집중해 성과를 냈는데 이대현 대표가 말했던 핵심역량 확대와 맥이 닿아있다.
김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양적 성장만을 위한 무분별한 수주는 철저히 배제하고 기존 전략 상품 및 시장을 향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핵심역량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을 보이기도 했다.
김 사장이 6월 이후에도 자리를 지킨다면 대우건설이 2010년 KDB산업은행에 넘어간 이후 연임에 성공한 두 번째 사례가 된다.
앞선 사례는 서종욱 전 사장으로 대우건설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소속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대표를 맡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