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의장은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SK그룹 각 계열사의 사업과 최고경영자들을 평가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최 회장은 2021년도 SK그룹 임원인사에서 조 의장의 연임을 통해 다시 한 번 신뢰를 보여줬다.
이와 관련해 SK수펙스추구협의회 관계자는 “SK그룹체제를 생각하면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안팎에서 그룹 2인자로 인정받는 자리인데 이런 자리에 있는 조 의장이 재연임을 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2021년도 임원인사 때 이미 대한상의 회장직 수락을 고민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 의장의 재연임은 더욱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조 의장이 SK그룹 경영에서 역할을 키워 최 회장의 부재를 채울 것이라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조 의장은 2017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겸 전략위원회 위원장에 올랐는데 그 전에 지주회사 SK 대표이사, SK의 자회사인 SK바이오팜 대표 등을 맡아 그룹의 신사업 토대를 닦는 데 한몫을 했다.
무엇보다 조 의장은 최 회장이 직접 영입한 ‘재무 전문가’로 SK그룹이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소재사업, 수소 태양광 등 친환경에너지사업을 키워가기 위한 투자, 인수합병 등을 추진하는 데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다.
조 의장은 2017년부터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전략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와 최 회장의 사회적가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등 경영철학도 잘 이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한상의는 법정 경제단체로 재계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녀 대외활동이 많다. 그룹 경영과 함께 수행하기에 부담이 큰 자리로 평가된다.
현재 대한상의 수장을 맡고 있는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도 2013년 대한상의 회장에 오를 때 그룹 경영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결국 2016년 3월에는 조카인 박정원 두산 회장에게 그룹 회장 자리를 물려줬다.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CJ그룹이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자 그룹 경영위원장을 맡으면서 2013년 7월 대한상의 회장에서는 중도 사퇴했다.
조 의장은 1960년 태어나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물산 상사부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내다 최 회장이 SK그룹에 영입했다.
2007년 SK에 재무담당으로 입사해 SK 사업지원부문장, 재무팀장 등을 거쳐 2013년에는 대표이사에 올랐다. 2015년 SK바이오팜 대표를 맡아 2017년까지 회사를 이끌었다.
조 의장은 2015년 SK와 SKC&C 합병, 2016년 SK머티리얼즈 인수 등 그룹의 굵직한 인수합병도 주도하면서 능력을 보여왔다.
대외적으로도 SK그룹을 대표하는 조 의장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최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첫 회의를 주재한 조 의장 이름으로 보도자료를 내 그룹의 올해 경영전략 방향을 홍보하기도 했다.
조 의장은 26일 SK수펙스추구협의회 회의에서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에 이해관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목표와 구체적 실행계획을 갖춘 ‘파이낸셜 스토리’의 빠른 실행을 요구했다. ESG경영과 관련해서도 SK그룹이 이제 겨우 시작점에 섰다고 평가하며 더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 합의체 경영은 최 회장의 ESG경영 철학에도 부합한다.
ESG에서 ‘G’는 ‘공공경영’의 의미를 지닌 거버넌스(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따온 것으로 기업 지배구조 등 경영부분의 투명성을 뜻한다.
SK그룹은 앞서 2020년 말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하면서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월1일 서울상공회의소가 회장단 회의를 연다. 서울상의는 이 회의를 통해 최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3월 말 임기가 끝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