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콘텐츠 전담 새 법인 설립과 사업재편을 통한 콘텐츠사업의 수직계열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콘텐츠시장 경쟁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병행하고 있는 상황인 데다 KT는 제작부문에 이제 막 발을 들여 한참 뒤처져 있는 만큼 지휘부를 만들어 계열사 사이 사업 시너지를 내는 일이 더욱 절실하다.
25일 KT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구 사장은 콘텐츠사업을 전담할 새로운 법인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KT의 콘텐츠사업 새 법인은 부족한 제작부문 역량 강화에 힘을 실으면서 기존 미디어, 콘텐츠 관련 계열사들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 사장은 대내외적 자리에서 수차례 KT의 방대한 계열사들을 이합집산해 사업 효율과 시너지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는데 콘텐츠사업에서는 이런 수직계열화 과제가 더욱 시급하다.
CJENM, 방송사 등 미디어기업들은 온라인 등으로 자체 콘텐츠 플랫폼을 확장한 지 오래다.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을 바탕으로 콘텐츠시장 경쟁자로 떠오른 기업들은 원천 지식재산(IP)기업들의 인수, 자회사 합병 등을 통해 제작부문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사업자뿐만이 아니다.
넷플릭스가 자체제작 콘텐츠를 앞세워 한국시장에서 플랫폼의 영향력을 급격히 키운 데 이어 전통적 미디어사업자 월트디즈니컴퍼니도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를 들고 한국시장에 진출한다.
미디어플랫폼을 ‘디지털플랫폼기업 KT’이라는 비전의 핵심 영역 가운데 하나로 꼽고있는 구 사장의 발걸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구 사장이 올해 그룹 사업 재편작업을 본격화하면서 콘텐츠부문의 새로운 법인 설립을 비롯한 계열사들의 합병 등 전열 정비를 우선과제로 삼을 것이라는 시선이 힘을 얻는 이유다.
KT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시즌, 인터넷TV 서비스 ‘올레tv’를 비롯해 유료방송사업을 하는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 웹툰·웹소설 자회사 스토리위즈, 음원서비스 자회사 지니뮤직 등을 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1위, 음원서비스시장 점유율 2위의 입지를 확보하고 있지만 이를 콘텐츠사업의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면 콘텐츠의 기획, 제작부터 유통까지 모든 단계를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전략을 구상할 구심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구 사장은 이미 2020년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시즌 등을 앞세워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 제작사들과 손을 잡고 KT 자체제작 콘텐츠들을 생산하고 있다.
KT는 자체제작 영화 등을 들고 해외 수출길도 두드리는가 하면 국내에서도 오프라인극장에서 자체제작 영화를 상영하는 등 콘텐츠사업의 규모를 점차 키우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KT의 콘텐츠 제작사업은 외부 제작사 등과 협업 등의 형식이 대부분인데 콘텐츠사업 통합법인을 세운다면 내부 인력을 갖추고 제작부분에서 진정한 의미의 내부 역량을 본격적으로 키워갈 수 있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 사장이 2020년 3월 대표에 오른 뒤 한 달 만에 웹소설사업을 떼어내 스토리위즈를 세운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의 행보로 풀이할 수 있다.
KT는 스토리위즈를 통해 웹툰과 드라마, 영화 등 다방면의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내부 지적재산(IP)를 발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구 사장은 통신기업에서 벗어나 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내놓은 뒤 미디어플랫폼의 사업적 가치를 높이 평가해왔다. 특히 인터넷TV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등은 집 안에 있는 고객들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사회로 변화와 5G통신 확산으로 소비와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미디어플랫폼을 활용하는 비중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 구 사장은 2021년 신년사에서 미디어콘텐츠사업을 핵심사업분야로 꼽았다.
앞서 구 사장은 2020년 10월 기자간담회에서도 “미디어는 집 안 고객들의 소비를 유도하고 생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KT는 앞으로 미디어플랫폼을 바탕으로 교육, 휴식, 돌봄 등 새로운 서비스사업들을 키워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KT 관계자는 “콘텐츠사업의 경쟁력 강화는 그룹의 여러 사업 가운데서도 특히 힘을 싣고 있는 부분”이라며 “법인 설립을 포함해 어떤 사업을 떼내고 합병하고 할지를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