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미 기자 sbomi@businesspost.co.kr2021-01-19 15:5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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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일진머티리얼즈, 일진다이아몬드, 일진디스플레이 등 부품·소재계열사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일진그룹은 지난 반세기 넘는 동안 모기업 일진전기를 중심으로 배전용 부품·소재분야에 매진해 커왔다. 허 회장은 앞으로 전기차와 수소차, LED(발광다이오드) 등 친환경사업에서 부품·소재계열사를 앞세워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19일 증권업계의 말을 종합해보면 일진디스플레이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저조했던 실적을 딛고 2021년부터 실적 반등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민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진디스플레이는 2021년 매출이 급증하고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니/마이크로LEDTV용 사파이어 웨이퍼 수요 증가로 판매량과 판매가격 모두 늘어나 수익성이 꾸준히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진디스플레이는 LED 광원소재인 사파이어 잉곳·웨이퍼와 태블릿 PC 등에 사용되는 터치스크린 패널을 생산하는 회사다.
글로벌 TV산업을 이끄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중국 TCL 등이 올해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2021에서 미니LEDTV 신제품을 앞다투어 선보였는데 미니LEDTV가 값비싼 올레드(OLED, 유기발광다이오드) TV의 자리를 메울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미니LEDTV는 LCD(액정표시장치)TV의 일종으로 기존 LCDTV의 백라이트 광원으로 작은 크기의 LED를 사용한다. 소재가 친환경적이며 소비전력이 적고, 화질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전기에너지를 빛에너지로 전환하는 에너지효율이 5% 정도밖에 되지 않는 백열등과 형광등과 달리 에너지효율이 80~90% 더 높은 데다 수명도 20배가량 길어 차세대 친환경 조명으로 주목받고 있다.
허진규 회장은 일진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다른 부품·소재계열사를 통해서도 친환경사업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분주하다.
허 회장은 2021년 신년사에서 “올해 일진그룹의 경영방침을 미래사업 발굴 및 강화로 결정했다”며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첨단기술과 혁신제품을 가려낼 혜안을 갖출 것을 강조했다.
허 회장이 친환경사업 계열사로 점찍어 기대를 걸고 있는 곳은 일진복합소재와 일진머티리얼즈다.
일진다이아몬드의 자회사 일진복합소재는 수소차용 고압탱크와 수소 이송용 저장탱크, 매연저감장치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으며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에 수소탱크를 공급하는 국내 유일한 업체다.
최근 수소 모빌리티시장이 본격화하면서 수혜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완성차업체 르노와 미국 수소연료전지업체 플러그파워가 협력하면서 한국 중국 일본에 이어 유럽과 미국이 동시에 수소차시장에 본격 진출하게 됐다”며 “국내 수소차 핵심 소재부품 회사인 (일진복합소재를 보유한) 일진다이아몬드를 향한 글로벌 러브콜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일진복합소재가 고객사인 현대차의 수소차 라인업 확대와 정부의 수소 인프라 확대 정책 등에 힘입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본격적으로 육성할 채비에도 나섰다.
허 회장은 2021년 상반기를 목표로 일진복합소재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으며 조달자금은 수소탱크 제조 공장과 관련 기술 개발 연구센터 등에 활용할 계획을 세워뒀다.
일진복합소재가 수소차시장의 수혜주라면 일진머티리얼즈는 전기차시장의 기대주로 꼽힌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전기차배터리소재 가운데 음극재 코팅에 투입되는 전지박을 생산하고 있다. 글로벌 전지박 생산능력은 1위 중국 창춘에 이어 2위에 올라있으며 말레이시아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어 저렴한 전기료와 인건비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도 강점으로 꼽힌다.
유럽 전기차배터리시장을 겨냥한 고객사 삼성SDI의 전지박 수요에 제때 대응하기 위해 헝가리에도 생산공장 짓기로 결정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유럽 전지박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55% 고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허 회장이 일진머티리얼즈를 통해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진규 회장은 장남 허정석 일진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과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에게 각각 지주회사 일진홀딩스와 일진머티리얼즈를 물려줬다.
이에 따라 허 부회장은 일진홀딩스를 통해 일진다이아몬드와 자회사 일진복합소재를 지배하고 있다.
그만큼 일진복합소재와 일진머티리얼즈 두 소재 계열사가 일진그룹을 이끌 중심축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수소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 기조를 타고 일진그룹을 한 번 더 키우겠다는 허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허진규 회장은 1963년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1968년 일진금속공업(현 일진전기)을 설립했다.
국내 최초로 동복강선(철심이 박힌 구리전선), 배전용 금속부품, 일렉포일(동박) 등을 개발해 일진그룹을 국내 부품·소재 대표기업으로 만들었다.
또한 일진그룹 전체 생산품목의 98%를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국내 최초로 공업용 합성 다이아몬드를 개발해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영국 드비어스와 함께 일진그룹을 세계 3대 합성 다이아몬드기업으로 우뚝 세웠다.
일진그룹은 2006년 연결기준 매출 1조 원을 처음 넘어선 뒤 2019년 매출 2조3천억 원까지 연평균 14%씩 성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