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알츠하이머(치매) 치료제 개발에서 잇따라 성과를 내면서 중추신경계 질환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바이오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외에서 중추신경계 분야를 향한 투자심리가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인데 특히 10년 가까이 치매 치료제 개발에 공을 들여온 김상재 젬백스앤카엘 대표이사는 투자유치에 남다른 기대감을 품을 것으로 보인다.
▲ 김상재 젬백스앤카엘 대표이사.
18일 제약바이오업계와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글로벌 바이오기업 바이오젠이 치매 치료제 '아두카누맙'을 출시하는 데 성공하면 중추신경계(CNS) 질환 관련 연구개발이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 치료제 개발은 그동안 중추신경계 질환분야에 투자를 머뭇거리던 글로벌제약사나 국내외 투자자들이 이 분야를 다시 평가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추신경계 질환 관련 시장규모가 항암제시장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큰 데도 중추신경계 질환 관련 연구개발은 아직 미지의 분야로 여겨지는 ‘뇌’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어려움이 크고 투자 대비 성공확률도 낮아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아왔다.
박재경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는다고 해서 곧바로 치매 치료제 시장이 활기를 띄지는 않을 것이다”면서도 “하지만 빅파마(글로벌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중추신경계 분야 투자 확대를 이끄는 트리거(촉발요인)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제약바이오업계는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이 2003년 엘러간의 '나멘다' 이후 18년 만에 치매 치료제로 승인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두카누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 승인 여부는 3월7일에 결정된다.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 자문위원회가 아두카누맙의 판매 승인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미국 식품의약국이 자문위원회의 권고를 5번에 1번꼴로 뒤집은 적이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제약바이오업계는 승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는 중추신경계 질환시장 규모가 해마다 7%씩 성장해 2025년이면 약 13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젬백스앤카엘은 현재 미국에서 췌장암 치료제 GV1001(리아백스)을 치매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김 대표는 신약 개발에서 기술력만큼이나 자본이 중요하다고 바라본다.
신약 개발에는 통상 1조 원 가까운 돈이 들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 망하는 회사는 있어도 기술이 없어 망하는 회사는 없다’는 김 대표의 생각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젬백스앤카엘은 반도체필터 제조 등 바이오와 무관한 사업분야에도 진출해 있다. 신약을 개발할 때까지 적지 않은 돈이 연구개발비로 들어가는데 바이오사업만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신약 개발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돈이 될만한 것은 다 했다”며 “다행히 대부분의 사업에서 성과가 나면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해외에서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투자 전문가 요겐 윈로스를 해외 투자담당 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젬백스앤카엘의 2020년 3분기 사업보고서를 들여다보면 비용으로 인식한 연구개발비는 26억 원인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3억 원 정도다. 분기마다 영업이익에 맞먹는 연구개발비를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의사 출신인 김 대표가 치매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지도 벌써 10년이 다 돼 간다. 김 대표는 2012년 새로 발견한 펩타이드 제재에서 치매 치료제로 개발 가능성을 처음 발견했다.
김 대표는 1966년에 태어났다. 한양대학교 의학과에서 생리학 박사 과정을 밟았고 2004년 한솔병원 병원장을 지냈다. 2005년 바이오사업에 뛰어든 뒤 한국줄기세포뱅크와 바이오빌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2012년부터 젬백스앤카엘을 이끌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