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기조를 본격화하고 있다.
사업범위를 전방위적으로 넓히면서 높아진 기업가치에 걸맞게 ESG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2일 네이버에 따르면 2020년에 수립한 중장기 ESG경영전략을 토대로 2021년부터 전자상거래 생태계의 조성과 파트너의 성장지원 확대 등을 본격화한다.
ESG경영이 국내외 투자자들의 기업 투자기준으로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가 유통과 금융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사회적 책임의 요구도 높아지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다. 최근 투자자들은 환경과 사회를 신경쓰면서 지배구조도 탄탄한 기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형 IT기업들이 ESG경영에 힘쓰고 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이 ESG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1년 상반기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도 네이버를 비롯한 대형IT기업을 겨냥한 법안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2020년 10월 이사회 아래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최근에는 ‘2020년 ESG보고서’를 처음 발간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ESG보고서에서 “네이버는 생태계 안에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가치 실현에 힘쓰면서 성장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이런 가치가 성장의 근간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ESG경영 가운데 사회(S)와 환경(E)에 특히 신경쓰고 있다. 지배구조(G)와 비교해 두 분야의 평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고려한 행보로 보인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2020년 기업 평가에서 네이버는 지배구조(G) 부문에서 'A+' 등급을 받은 반면 환경(E)은 'B+', 사회(S)는 'A' 등급을 받았다.
네이버는 사회분야와 관련해 앞으로 2년 동안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소상공인과 창작자에게 180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구체적 투자방안으로 브랜드와 창작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브랜드 커넥트’ 구축, 소상공인과 전문가의 만남을 주선하는 ‘엑스퍼트 포 SME’ 프로그램 등을 제시했다.
12일에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장소 추천서비스 ‘스마트어라운드’에 쇼핑 탭을 신설했다. 이 탭을 통해 이용자에게 지역 소상공인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성장을 돕겠다는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 플랫폼에서 소상공인이 성장하면 이용자의 만족은 물론 네이버 안에서도 선순환 생태계가 생긴다”며 “이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이 네이버의 미래 성장에도 필요한 만큼 사회적 책임에 더욱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환경분야에서는 204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 기업 가운데 탄소 네거티브 방침을 세운 기업은 네이버가 처음이다.
탄소 네거티브는 전체 탄소 배출량보다 많은 분량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실제 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드는 방침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현재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 ‘각 춘천’과 건립을 추진 중인 ‘각 세종’을 친환경 데이터센터로 만들어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데이터센터는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등에 필요한 컴퓨터 서버와 통신장비, 저장장치 등이 설치된 시설을 말한다. 서버 운영에 막대한 전력이 들어가는 만큼 탄소 배출량도 많다.
네이버는 기존 자연환경의 훼손을 줄이면서 바깥 공기와 빗물, 태양열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각 춘천’을 건설했다. ‘각 세종’도 같은 방향 아래 건립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 대표는 “기후변화 등은 기업가치 하락에 중대한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이를 고려해 친환경사업 확대와 저탄소경제 이행에 속도를 내는 데 동참하려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