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올해 비은행계열사 가운데 어느 부분을 먼저 채울까?
손 회장은 지난해 증권사 매물을 기다리며 한 해를 보냈는데 올해도 증권사 매물이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 회장이 올해 비은행부문 인수합병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 회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첫 번째 핵심전략으로 인수합병을 꺼낸 만큼 올해는 더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신년사에서 "코로나19로 시장환경이 위축돼 단기간 내에 규모있는 인수합병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그룹 내에 아직 비어있는 비은행부문에 관해서는 다방면으로 포트폴리오 확대를 모색해 그룹 성장을 위한 동력을 지속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도 손 회장이 우선 순위로 꼽고 있는 증권사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아 인수합병 전략에 시선이 모인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증권사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인수합병 매물을 찾았다. 0%대 저금리기조가 이어지면 은행 수익이 급격히 떨어진 가운데 증권사가 비은행 핵심계열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금융지주는 전체 수익 가운데 은행 수익에 기대는 비중이 경쟁 금융지주에 비해 높은데 더해 유일하게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더 절실할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저금리 상황으로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지며 증권업계가 호황을 누리며 증권사 매물도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
손 회장이 인수합병에 나서고 싶어도 매물이 없었던 셈인데 올해도 증권사 매물을 찾기는 쉽진 않아 보인다.
6일 코스피는 41년 만에 장중 3000 포인트를 돌파한 뒤 2968.21에 장을 마감했다. 2021년에도 증시 호황이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증권사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적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이 올해는 인수합병전략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10월 아주캐피탈 인수를 의결하기 전까지 비은행부문 강화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 12월10일 2020년을 한 달 남겨둔 상황에서 아주캐피탈을 자회사로 편입한 것이 첫 인수합병 성과였다.
손 회장은 지난해 겸임하고 있던 은행장을 내려놓으며 지주사체제 구축에 힘을 실었는데 비은행부문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올해는 연초부터 적극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매물을 검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손 회장이 지난해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우회적으로나마 참여했던 만큼 보험사가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힌다.
우리금융지주는 2020년 3월 푸르덴셜생명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자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비에쿼티에 인수금융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2조 원이 넘는 인수가격을 써낸 KB금융지주에 푸르덴셜생명을 내줬다.
올해 우리금융지주는 자본여력을 갖춰둔 만큼 덩치가 큰 보험사 매물이 나오더라도 인수할 능력이 충분하다.
자기자본 대비 자회사에 출자할 수 있는 여력을 뜻하는 이중레버리지비율을 살펴보면 우리금융지주는 2020년 9월 기준 99.96%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지주는 129.04%, 신한금융지주는 119.36%, 하나금융지주는 124.81%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이중레버리지비율 130%를 규제 상한선으로 두고 있는데 우리금융지주의 자본여력이 가장 큰 셈이다. 수치상으로 단순 계산해도 6조 원가량의 실탄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보험사뿐 아니라 올해 금융사 인수합병에 우리금융지주가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 코로나19 대응이라는 외부환경도 겹쳐있는 만큼 오히려 벤처캐피털 등 소규모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손 회장은 신년사에서 두 번째 핵심전략으로 디지털 전환을 꼽았는데 벤처캐피털을 인수하면 곧바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 많기 때문이다.
금융권 디지털화는 비용과 시간이 열쇠인데 효율적 디지털화 방식으로 핀테크기업과 인수합병 및 제휴가 일반적이다. 벤처캐피털을 보유하면 핀테크기업에 지분투자 등 직접투자에도 나설 수 있어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
지난해 연말 우리금융지주 내부에서도 벤처캐피털 인수를 추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금융지원을 위해 금융지주사에 인수합병 자제를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벤처캐피탈 인수는 금융당국을 설득하는 데도 부담이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벤처캐피털은 금융사 가운데 비교적 덩치가 작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9월 네오플럭스를 약 730억 원에 인수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올해도 인수합병 우선순위로는 증권사를 두고 있다"며 "다만 보험 등 다양한 분야를 열어두고 '알짜매물'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