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0-12-21 16: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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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상 LIG 회장이 법적 리스크로 LIG넥스원 대표 복귀가 또 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나온다.
구 회장은 애초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취업제한 제재가 내년 10월 풀리면 LIG넥스원 대표 복귀가 점쳐졌는데 조세포탈 혐의로 다시 기소됐다.
▲ 구본상 LIG 회장.
21일 LIG넥스원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구 회장은 조세포탈 혐의와 관련해 앞으로 벌어질 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LIG넥스원 대표 복귀가 쉽지 않아질 수 있다.
LIG넥스원은 방산업체로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총포화약법)을 따른다.
총포화약법 제5조는 금고 이상의 형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자는 유예기간이 끝난 날부터 1년 동안 관련 기업에 임원으로 취업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구 회장은 2015년 경영권 승계를 위한 LIG 주식 매매 과정에서 1330억 원 규모의 세금을 탈루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위반 혐의로 최근 불구속기소됐다.
특가법 제8조에 따르면 조세포탈 규모가 연간 10억 원이 넘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는 등 범죄가 소명되면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구 회장은 과거 사기성 LIG건설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2012년 10월 구속돼 2016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출소한 지 4년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LIG넥스원 대표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구 회장은 당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는데 특경가법은 징역형 집행이 종료된 날로부터 5년 동안 특정업체의 취업을 제한한다.
방산업계에서는 구 회장이 내년 10월 취업제한 제재가 풀리는 만큼 LIG넥스원 등기이사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봤는데 또 다시 법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 놓인 셈이다.
LIG넥스원은 구 회장이 그룹 재건을 이끌 사실상 유일한 희망으로 평가된다.
LIG그룹은 한때 매출 20조 원을 바라볼 정도로 규모가 컸으나 건설경기 부진 등으로 LIG건설뿐 아니라 LIG손해보험 등 핵심 금융계열사를 매각해야 했다. 지금은 연매출이 2조 원이 채 안 되는 LIG넥스원에 실적을 의존하고 있다.
LIG넥스원은 10월 민간통신장비업체 이노와이어리스를 인수하는 등 그동안 방산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민수사업을 확대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LIG넥스원은 구 회장의 애정이 가장 큰 회사로도 알려져 있다.
구 회장은 LG그룹에서 LIG그룹을 분리해 독자경영체계를 세운 구자원 LIG그룹 명예회장의 큰아들이다. 1996년 LG그룹 구조조정본부 경영혁신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LG전자 미국법인, LG화재 미국지점장, LIG손해보험 미국 법인장 등을 거쳐 2006년 LIG넥스원 대표에 올랐다.
LIG넥스원은 2004년 LIG그룹에 편입됐는데 구 회장은 2007년 회사이름을 기존의 넥스원퓨처에서 지금의 LIG넥스원으로 바꾸고 해외사업을 확대하는 등 대표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LIG넥스원의 외형 확대를 이끌었다.
LIG넥스원은 구 회장이 대표를 갓 맡은 2006년에는 매출이 4400억 원에 그쳤지만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2014년에는 1조4천억 원까지 늘었다.
LIG넥스원은 매출이 2015년 1조9천억 원까지 오른 뒤 지난해에는 1조4천억 원 수준으로 다시 낮아졌으나 현재 사상 최대규모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어 내년 코로나19를 극복하며 외형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김지찬 LIG넥스원 대표이사 사장.
구 회장은 2016년 출소 뒤에도 LIG의 최대주주로 LIG넥스원의 국내외 주요 방산전시회를 챙기며 수주 확대에 힘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LIG는 LIG넥스원의 지분 46.4%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 구 회장은 LIG 지분 56.2%를 보유해 LIG넥스원을 지배하고 있다.
LIG그룹은 구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와 관련해 다툼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바라보고 있다.
구 회장은 2015년 LIG 주식 매매 과정에서 상장을 앞둔 LIG넥스원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LIG 주식을 저평가하는 방식 등으로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에 LIG 측은 세법 적용의 차이일 뿐 고의성이 없다고 해명했다.
LIG 관계자는 “대주주 사이 지분 정리 과정에서 세법 해석의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식 양도시점에서 의도성을 지니고 주식 가치를 조작한 바 없으며 앞으로 법적 절차를 통해 구체적으로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대기업집단 총수가 대규모 세금 관련 소송에서 검찰과 국세청 등 정부기관을 상대로 승소한 사례도 다수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1500억 원대 증여세 취소 소송에서 최근 최종 승소했고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105억 원대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지난해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