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이 최근 지점 통폐합, 희망퇴직 등을 단행하는 것을 두고 KB생명과 화학적 통합을 염두에 둔 몸집 줄이기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푸르덴셜생명은 현재 1977년 이전 출생자 또는 20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희망퇴직자들에게는 근속 연수 등에 따라 기본급 27~36개월에 해당하는 특별위로금과 별도의 생활안정자금이 지급된다.
회사 측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대면조직 위축과 업황 악화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KB생명과 통합을 위한 수순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푸르덴셜생명이 1989년 한국 진출 이후 한번도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푸르덴셜생명의 본사 인력은 현재 550명 수준이다. 설계사 규모가 1700여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험업계에서는 비대한 편으로 여겨진다.
이런 고비용구조에도 푸르덴셜생명은 업계 최고 수준의 경영 건전성을 유지해왔다.
푸르덴셜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국내 생명보험사 중 유일하게 3년 동안 400% 이상을 유지했다. 지급여력 비율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그러나 1~2년 안에 KB생명과 통합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력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인력에 비례해 성과를 내는 설계사조직과 달리 재무, 인사, 회계 등 본사인력은 중복업무가 많기 때문이다.
KB생명 본사 인력은 현재 350명 수준인데 감축없이 통합을 진행한다면 두 회사의 인력은 900명 수준으로 불어나게 된다.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의 라이프플래너조직을 ‘Mobile Wealth Manager’(모바일 웰스 매니저)로 활용하고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둔 만큼 통합 이후 조직 효율성을 고려해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푸르덴셜생명 희망퇴직에 앞서 최근 KB생명도 최근 만 46세 이상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민기식 사장은 조직 이해도와 장악력을 바탕으로 인력개편을 비롯한 조직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 사장은 20여 년 동안 푸르덴셜생명에 재직하며 부사장까지 역임해 푸르덴셜생명 내부사정에 밝다. 재직 당시 본사 직원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고 평판도 좋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종규 K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역시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민 사장을 대표로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 사장은 현재 KB금융그룹 계열사 CEO 16명 가운데 유일하게 KB금융그룹 출신이 아니다.
민 사장은 결단력과 실행력을 갖췄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DGB생명보험 대표이사 시절 취임 직후부터 영업점과 전속설계사를 대폭 감축하며 고정비용 절감에 나선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민 사장은 푸르덴셜생명 대표 취임 한 달 뒤인 10월 푸르덴셜생명 13개 영업지점을 통폐합하고 300여 명의 전속설계사를 이동 배치하기도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전속설계사들과 충분한 합의 없이 일방적 통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