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덕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이 10년 동안 이끌어왔던 미래에셋생명에서 자회사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자리를 옮긴다.

이런 인사의 배경에는 '제판분리' 안착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하만덕은 미래에셋생명 '해결사', 제판분리 중책도 짊어져

하만덕 미래에셋금융서비스 대표이사 부회장.


15일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이사회를 열고 하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미래에셋생명의 자회사형 보험법인대리점(GA)이다.

일반적으로 금융회사에서 규모가 작은 자회사 대표로 자리를 옮겨가는 것은 좌천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인사는 의미가 다르다고 바라본다.
 
미래에셋생명이 전속 판매채널 분리 정책(제판분리)을 추진하면서 새롭게 확대된 미래에셋금융서비스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제판분리는 제조(보험상품 개발)와 판매채널을 분리한다는 의미다. 지점 유지비, 관리비, 교육훈련비 등 각종 고정비 절감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 부회장은 PCA생명 인수 당시에도 미래에셋생명-PCA생명 통합추진위원장, 통합 PCA생명 초대 대표이사 등을 지내며 조직변화과 관련해 해결사 면모를 보여왔다. 박현주 회장이 제판분리라는 중대 과제를 앞두고 이번에도 하 부회장에게 해결을 맡긴 것으로 풀이된다.

하 부회장은 당분간 직접 자회사형 보험법인대리점을 이끌며 설계사 조직의 불안을 잠재우고 초기 조직안정과 시스템 확립 등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현재 미래에셋생명은 채널혁신추진단을 출범하고 2021년 3월을 목표로 전속 설계사 3300여 명을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혁신상품 개발과 고객서비스, 자산운용에 집중하고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마케팅 인프라를 맡는 방식으로 분리가 이뤄진다.

미래에셋생명은 미래에셋금융서비스를 자체 보험상품뿐만 아니라 종합금융상품을 판매하는 회사로 육성하기로 했다. 자본 증자와 유가증권시장 상장 가능성도 열어뒀다.

미국 등 보험 선진국은 이미 자회사형 법인 대리점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한화생명, 신한생명, 푸르덴셜생명 등이 제판분리를 추진하고 있다.

하 부회장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 부회장은 현재 미래에셋그룹의 부회장 5명 가운데 미래에셋 창립멤버나 초창기멤버가 아닌 유일한 인물이다.

하 부회장은 SK생명 출신으로 35년 동안 보험영업부문에서 경험을 쌓은 보험영업 전문가다. 2011년부터 10년째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2017년 PCA생명 통합 과정에서 PCA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옮겨 직원들의 분위기를 다잡고 내부사정을 면밀히 파악해 두 회사의 통합 이후 시너지를 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PCA생명 인수로 미래에셋생명의 자산규모는 2017년 말 29조 원에서 2018년 3월 34조7천억 원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하 부회장은 보험영업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미래에셋생명의 내실경영을 이끌고 변액과 보장성으로 대표되는 투트랙 전략을 도입하는 등 차별화된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판매상품과 인력을 확대해 국내 최대의 종합금융상품 판매회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 부회장은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자리를 옮기며 "미래에셋생명은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고객과 설계사, 임직원과 회사 모두의 동반성장을 위해 '룰 체인저'의 역할을 자처하며 제판분리를 추진한다"며 "그동안 보험업계에서 갈고 닦은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에셋금융서비스의 성장기반을 다지고 국내 보험시장에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