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로봇전문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을 통해 지분가치를 극대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상헌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4일 “이번 인수에서 주목할 점은 현대차그룹이 4~5년 안에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상장할 가능성”이라며 “소프트뱅크와 계약에 상장 관련 풋옵션(자산을 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이 담긴 만큼 향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미국시장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현대차그룹, 인수한 미국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할 가능성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은 11일 소프트뱅크그룹이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현대차가 30%, 현대모비스가 20%, 정의선 회장이 20%, 현대글로비스가 10% 인수하기로 했다.

지분 20%를 소프트뱅크그룹에 남겨둔 것인데 현대차그룹은 4년 안에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상장해 출구를 마련해 주거나 상장하지 않으면 5년 뒤 지분을 매입하는 내용을 계약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이번 인수에 2400억 원 가량을 직접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기로 결정한 만큼 현대차그룹이 향후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에 성공하면 큰 투자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됐다.

이 연구원은 “이번 인수는 기존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외부투자와 달리 기아차 대신 현대글로비스와 정의선 회장이 참여한 점도 주목할 지점”이라며 “현대차그룹은 향후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가치 극대화를 통해 지배구조 변화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시장에서는 정 회장이 앞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수조 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이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인 뒤 투자자금을 회수한다면 지배구조 개편 자금 마련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구글, 소프트뱅크그룹 등 이전 대주주와 비교해 현대차그룹과 가장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이 연구원은 “구글과 소프트뱅크는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춘 제조기업이 아니다”며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실제 제조시설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 제조로봇이나 물류로봇을 넘어 보안, 보건, 안전 등 공공분야까지 적극 진출할 계획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