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조선사를 대상으로 LNG(액화천연가스)화물창 특허권을 남용한 프랑스 엔지니어링회사를 제재했다.
공정위는 25일 프랑스 가즈트랑스포르 에 테끄니가즈(Gaztransport & Technigaz, GTT)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125억 원을 부과했다.
▲ 공정거래위원회 로고.
GTT는 현재 글로벌 선박시장에서 주류로 자리잡은 멤브레인형(화물창이 선체와 일체화한 형태) LNG운반선의 화물창 라이선스를 독점하고 있다. 따라서 멤브레인형 LNG운반선에는 대부분 GTT의 화물창 기술이 적용된다.
국내에서도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대한조선, 성동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등 8개 조선사가 GTT와 LNG화물창 기술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공정위는 GTT가 조선사들에 라이선스를 제공하면서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설계도면 작성이나 각종 실험의 수행, 현장 감독 등 엔지니어링서비스까지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끼워팔기’를 했다고 봤다.
공정위의 조사에 따르면 GTT는 LNG화물창 기술 라이선스와 엔지니어링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내용으로 조선사들과 계약을 맺었다. 두 서비스의 대가를 구분하지 않고 단일 실시료를 청구하는 것이다.
조선사들은 2015년부터 GTT에 기술 라이선스만 구매하고 엔지니어링서비스는 별도로 거래하는 방식의 계약을 수차례 요청했다. GTT는 이런 제안을 모두 거절하고 있다.
공정위는 GTT가 잠재적 경쟁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고 엔지니어링서비스를 구매하는 조선사들의 선택권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조선사들이 GTT의 특허권을 놓고 유효성을 다툴 경우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거래조건을 설정한 사실도 적발했다.
조선사들은 GTT의 특허가 무효화하더라도 다툴 수 없고 무효인 특허에까지 실시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뜻이다.
GTT의 라이선스 없이는 LNG운반선을 건조할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조선사들이 시장 퇴출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특허의 유효성을 다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GTT가 독점해 온 LNG화물창 관련 시장에 신규사업자들이 진입할 여건이 조성돼 가격과 품질을 앞세운 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공정위는 앞으로도 독과점 사업자가 특허권을 남용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