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강 부회장은 롯데쇼핑이 백화점과 마트 등 5개 점포와 롯데마트몰 김포물류센터를 롯데리츠에 양도하며 확보한 약 8천억 원 가운데 상당 부분을 물류시스템 강화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강 부회장이 우선적으로 투자할 부분은 물류센터가 될 공산이 크다.
이커머스시장에서 배송이 가장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부각되면서 물류센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형유통업체인 월마트가 이베이를 제치고 아마존에 이어 2위 이커머스기업이 된 것도 물류센터 등에 대규모 투자를 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월마트의 물류센터 규모는 약 1322만3140㎡로 아마존의 물류센터 면적과 유사하다.
하지만 롯데쇼핑이 보유한 물류센터 규모는 4만7천㎡에 불과하다. 경쟁사인 신세계그룹 계열사 SSG닷컴이 직접 보유하고 있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3곳의 연면적이 11만842㎡인 것과 비교해도 부족하다.
실제 국내 이커머스기업들도 물류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쿠팡은 올해 광주, 경북 김천 등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건립하면서 4천억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했으며 네이버는 물류 경쟁력 확보를 위해 CJ대한통운과 손을 잡았다.
이와 달리 롯데쇼핑은 아직까지 소극적 투자에 그치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해 ‘세미다크스토어’ 등을 통해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물류부문을 보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렇게 기존 매장을 물류센터화하는 것은 비용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처리할 수 있는 상품의 규모나 효율을 놓고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최근 수익성 제고를 위해 오프라인 점포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이는 물류거점이 줄어드는 악영향이 있을 것이다”라며 “이커머스의 핵심이 물류임을 감안했을 때 물류 투자 없이는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의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 부회장의 핵심 과제인 롯데온의 시장 안착을 위해서도 물류시스템의 강화는 절실하다.
롯데온은 올해 4월 출범했지만 기술적 문제와 물류 경쟁력 부재로 아직 존재감이 미미하다. 하지만 롯데쇼핑이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물류인프라 증설에 나선다면 롯데온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강 부회장은 물류인프라 확보 외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도 자금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의 2020년 6월 말 별도 및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각각 154.9%, 189.2%이고 차입금 의존도는 각각 45.3%, 49.6%로 2018년 말과 비교해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리스부채를 포함한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약 16조7천억 원으로 2018년 7조8440억 원에서 2배가량 증가했다.
강 부회장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업구조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강 부회장은 롯데쇼핑이 보유하고 있는 700여 개 점포 가운데 30% 정도를 3~5년 안에 폐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의 인력도 계속 축소해 2019년 12월31일 기준 2만5052명이던 롯데쇼핑 직원은 2020년 6월30일 기준 2만4111명으로 1천 명가량 줄었다.
이동선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임차료 지급을 통해 리스부채 규모를 지속적으로 줄여 나갈 것이다”며 “다만 이익창출력 대비 차입금 부담 지표를 포함한 전반적 재무 안정성 지표가 뚜렷하게 개선되려면 상당 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