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0-11-11 16: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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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스마트 모빌리티서비스기업으로 빠르게 전환하기 위해 인수합병의 빗장을 풀까?
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미국 로봇업체인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이례적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고 정주영 창업주의 경영신조인 기술자립을 충실히 따라 다른 대기업집단과 비교해 인수합병에 소극적 모습을 보였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전후해 기아차와 한국철도차량(현재 현대로템)을 인수한 뒤 현대건설을 되찾고 2014년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을 인수한 것을 빼고는 이렇다 할 대규모 인수합병 사례를 찾기 쉽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2018년 수석부회장에 오른 뒤 그 어떤 대기업집단보다 외부 투자를 활발히 진행했지만 합작회사 설립이나 지분투자, 스타트업 육성에 그쳤을 뿐 인수합병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010년대 들어 삼성그룹과 LG그룹이 전장사업 강화를 위해 조 단위의 자금을 투입해 각각 글로벌 음향업체 하만과 차량용 조명업체 ZKW를 인수하고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해 반도체사업을 크게 키운 것과 사뭇 다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자율주행 등 미래차로 자동차시장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로봇분야 경쟁력 확대를 위해 인수합병에 뛰어들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바라본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현대차그룹 타운홀미팅에서 미래사업 비중을 자동차 50%, 개인항공기(PAV) 20%, 로보틱스 20%로 제시했는데 그동안 로보틱스 쪽에는 상대적으로 투자를 많이 하지 않았다.
인수합병은 합작회사 설립이나 지분투자와 달리 지배권을 확실히 보유하는 만큼 의사결정이 빠르고 기술력이나 인프라를 온전히 흡수할 수 있어 관련 사업 경쟁력 강화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대차는 소프트뱅크그룹이 보유한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품기 위해 위해 1조 원대 규모의 인수합병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정 회장이 조 단위의 투자를 집행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품는다면 로봇분야에서 단숨에 앞선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세 번째 주인을 찾는다는 점, 제품 기술력은 입증됐지만 시장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 등을 들어 이번 인수가 성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지 않더라도 대규모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미래차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른 투자처를 찾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현대차는 2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10조9천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들고 있다. 2019년 말보다 25% 늘어난 것으로 현대차 현금성 자산이 10조 원을 넘긴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현대차는 올해 코로나19에도 6천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고 2014년 이후 6년 만에 중간배당을 하지 않는 등 미래 투자를 위해 현금을 최대한 확보했다.
현대차가 미래차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로봇뿐 아니라 자율주행,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목적기반 모빌리티(PAV) 등 전통적 자동차산업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5G(세대) 통신 등 미래기술과 융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선진기술을 보유한 업체와 협업이 필수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와 관련해 결정된 바가 없다”며 “로봇뿐 아니라 미래차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