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현대차그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정의선 회장은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최고창의력책임자(CCO) 부사장 재영입을 통해 필요한 인재에게 한 번 준 신뢰를 쉽사리 거두지 않는 용인술 기조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동커볼케 부사장이 5월 현대차그룹을 떠난 뒤 다른 완성차업체의 영입 제안에도 현대차그룹으로 다시 돌아온 배경에는 현대차의 계속된 구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역시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이 현대차그룹의 일원으로 다시 합류하게 된 것은 회사와 인재 사이의 지속적 소통의 결과”라며 “상호 신뢰 및 존중을 바탕을 두고 최고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동커볼케 부사장은 현대차그룹의 디자인과 브랜드 전략을 총괄하지만 내연기관차보다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미래차 디자인에 관여하고 우선적으로 유럽시장에 집중한다.
현대차는 내년 전용 플랫폼을 활용한 첫 전기차 중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아이오닉5’를 출시하는데 유럽은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전기차 각축장으로 아이오닉 브랜드 성패를 결정할 수 있어 성과가 중요하다.
동커볼케 부사장은 아우디, 폴크스바겐,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을 거친 스타 디자이너로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지니고 있다.
그가 현대차의 전기차를 유럽에 알리고 시장과 디자인과 브랜드 관련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정 회장은 아이오닉5 브랜드 경쟁력 강화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정 회장은 도전이 필요한 분야에서 외부인사를 영입한 뒤 사업역량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앞으로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2000년대 기아차 대표 시절 자동차 디자인 개념이 약할 때 피터 슈라이어 사장을 통해 디자인경영을 시작했고 2015년 고성능차량 수요에 따라 BMW 출신 알버트 비어만 사장을 영입해 차량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이후에도 2017년 미래 모빌리티사업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 출신의 지영조 사장, 2018년 커넥티비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KT 출신의 윤경림 부사장, 2019년 도심항공 모빌리티사업을 위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의 신재원 부사장 등 분야와 출신을 가리지 않고 인재에 욕심을 냈다.
정 회장은 10월 회장 선임 뒤 고위 임원들과 만나서도 미래사업을 위한 인재를 많이 뽑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외부인재 영입에 힘을 싣고 신뢰를 보내는 일은 기존 임원들의 인사 긴장감을 더욱 높일 수밖에 없다.
자동차시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전기차 등 미래차시대가 다가오면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최고창의력책임자(CCO) 부사장.
임원들 역시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데 정 회장의 지속적 인재영입 기조는 강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정 회장으로서는 지속적 외부인재 영입을 통해 임원들의 인사 긴장감이 높아지면 성과를 극대화하는 효과도 낼 수 있다.
정 회장은 경영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초 연말 임원인사를 없애고 수시 임원인사를 도입했는데 수시인사를 통해 대표가 바뀐 계열사는 상대적으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에서는 정 회장이 취임한 만큼 올해 안에 굵직한 임원인사가 한두 차례 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 회장은 취임식 다음날인 10월15일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한 뒤 앞으로 인사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인사는) 항상 수시로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임원인사와 관련해 미리 알 수 있는 것은 없다”며 “글로벌 최고 전문가를 영입해 핵심역량을 강화한다는 기조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