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국내 증권사 최초로 리서치부문에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등 기업분석조직의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초 디지털전환본부를 신설하고 리서치센터 정예화를 목표로 조직개편을 실시했는데 최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차별화된 성과물을 내놓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기업분석에 인공지능 활용, 정일문 리서치센터 정예화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1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인공지능과 협업을 통해 애널리스트들이 더욱 핵심적 업무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다.

뉴스 분석과 시장 및 기업 분석 등 비교적 단순하다고 여겨지는 업무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애널리스트들은 새로운 평가전략 수립 등 차별화된 업무에 활용되는 방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성장주를 평가하는 새로운 지표인 PDR(꿈 대비 주가비율) 가치평가 방식을 도입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10월14일 새로운 기업평가 방식인 'PDR 해몽서'를 내놓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BBIG(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 업종의 PDR을 계산해 보고서를 내놨다. 

PDR은 3월 이후 성장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하면서 기존 주가 수익비율(PER)이나 주가 순자산비율(PBR), 주가 매출비율(PSR)과 같은 전통적 평가방식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서 생겨난 신조어다. 한국투자증권이 시장 성장성과 예상 점유율 등 변수를 도입해 이를 수치화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이 고안한 PDR 산출법은 10년 뒤 해당 사업 전체 시장 규모인 TAM(Total Addressable Market)에 기업의 예상 시장점유율을 곱한 뒤 기업의 현재 시가총액을 나눠 계산한다.

이 산출법에 따르면 기존 2.3~125.6배로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주가 매출비율(PSR)과 비교해 비교적 좁은 범위로 지표가 형성된다고 한국투자증권 측은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7월 국내 최초로 시장 분석과 보고서 작성에 자체개발한 인공지능서비스 '에어'를 활용해 3개월간 619개 종목과 관련한 1052개의 리포트를 발간했다. 10월에는 미국주식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인공지능은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량의 뉴스를 빠른 시간에 스스로 분석하고 재무정보와 주가정보 등을 활용해 투자 매력도를 측정하게 된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인공지능이 리포트를 생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10분 이내까지 시간을 단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뉴스 분석과 중소형주 가치평가 등을 인공지능이 담당하게 되면서 애널리스트 인력들은 테마리포트, 거시 분석, 세미나, 대형주 분석 등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일문 사장은 올해 초부터 리서치센터 규모를 5개에서 3개 부서로 통합하고 일부 인력을 투자금융부문으로 전진배치하는 등 리서치센터 인력 활용을 위해 힘써왔다.

이와 함께 2030년까지 새로운 10년을 대비해 디지털전환(DT)본부를 새로 마련하고 취임 초기부터 내걸었던 목표인 디지털사업을 본격화했다.

디지털전환본부는 미래 수익원 발굴 및 챗봇, 로보어드바이저 등 디지털 기반 신사업 기획, 전사 프로세스 혁신 업무 등을 담당한다.

정 대표가 새로운 10년을 위해 디지털 전환에 방점을 찍은 만큼 인공지능 등 신기술 활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6월 KT가 주도하는 산업, 학계, 연구기관(산학연) 협의체인 'AI(인공지능) 원팀'에 합류해 KT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인재양성 과정도 준비하고 있다.

AI원팀에는 한국투자증권과 KT는 LG유플러스, 동원그룹, 현대중공업그룹, KAIST 등 국내 9개 기관과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증권사로는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상반기 진행한 채용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면접을 새로 도입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