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일본시장 재도전에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일본에서 11월 '푸드네코'라는 이름으로 음식배달서비스 시작을 앞두고 철저하게 일본 젊은층 취향에 맞춘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고 있는 배달플랫폼 '배달의민족'(위)과 11월 출시를 앞둔 '푸드네코' 로고. |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아직 출시일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다음달 중 서비스를 시작한다”며 “3월부터 일본 법인에 인력을 파견해 시장조사와 진입전략 등을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일본 법인은 현재 음식배달서비스를 제공할 배달원 ‘네코라이더’를 모집하고 있다.
일본 법인 대표는 창업멤버인 박일한 전 경영지원부문장이 맡았으며 ‘배달의민족’ 브랜드를 내려놓고 ‘푸드네코’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대표 캐릭터 ‘배달이’도 못난 고양이 콘셉트의 새 캐릭터로 대체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고양이를 좋아하는 일본 소비자 특성과 최근 못난 고양이 캐릭터를 등장시킨 만화작품 등이 일본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달의민족 자체가 마케팅에 큰 돈을 써서 성공한 것이 아니다"라며 "서비스 자체 경쟁력을 바탕으로 장기적 안목으로 성장시켜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푸드네코라는 이름을 놓고 우아한형제들이 아시아 배달시장 파트너로서 협력하는 딜리버리히어로와 협력이나 통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해 12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해 공정거래위원회 승인만을 남겨두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푸드네코로, 딜리버리히어로는 푸드판다로 일본 배달시장에 진출하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우아DH아시아’라는 합자회사를 세워 아시아 배달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 일본 배달시장은 따로 법인을 세워 시차를 두고 진출한다.
딜리버리히어로는 9월 ‘푸드판다’라는 이름으로 한발 빠르게 일본 배달시장에 진출했는데 400억 원 이상의 초기투자금을 바탕으로 공격적 온라인광고를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아한형제들이 과거 실패를 딛고 재차 일본시장에 재차 진출하는 이유는 현지 배달시장의 상황이 과거와 판이하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 일본 소비시장은 편의점 문화와 높은 인건비로 배달시장 형성이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우아한형제들은 2014년 라인과 합자회사를 설립해 ‘라인와우’라는 이름의 배달서비스를 내놨으나 별다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1년 만에 철수했다.
하지만 올해 일본 정부가 추진한 소비세 인상의 적용대상에서 배달서비스가 제외돼 일본 배달시장의 가능성이 조명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일본 농림수산성과 각 지방자치단체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수수료와 배달료를 지원하고 보조금을 제공하자 국내외 기업들이 일본 배달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올해 일본에서 배달서비스를 시작한 기업만 해도 중국 '디디푸드'와 핀란드 '월츠', 독일 '푸드판다' 등이 있다.
현재 일본 배달시장 1위는 미국의 '우버이츠'로 아시히신문의 배달 네트워크를 이용해 빠르게 점유율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이 2014년 처음 일본 배달시장에 진출할 때 파트너였던 라인은 올해 3월 현지 배달시장 2위기업 '데마에칸'을 인수해 앞선 경쟁자가 됐다.
이를 놓고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가 운영하는 푸드네코 푸드판다가 우버이츠, 데마에칸, 디디푸드와 편을 나누어 격돌하게 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우버이츠와 디디푸드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운영하는 비전펀드가 지분을 들고 있으며 라인 역시 소프트뱅크와 지분관계로 묶여있다.
올해 일본 배달시장 규모는 약 5조 원 수준으로 아직 한국(약 8조 원) 시장보다 작지만 태동기인 데다가 일본 인구가 한국 인구의 2배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 가능성이 크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