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 두산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두산중공업 재무부문 대표이사에 오를까?
두산중공업이 채권단의 지원을 받아 급한 불을 끄고는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 박상현 두산중공업 최고 재무책임자(CFO). |
박 최고 재무책임자가 두산밥캣 시절 상당한 재무적 성과를 낸 만큼 재무부문 대표이사에 올라 재무구조 개선 과제를 해결하는 과제를 짊어질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27일 두산중공업에 따르면 최형희 전 최고재무책임자 및 재무부문 대표이사가 물러나면서 박 최고재무책임자가 최고재무책임자 자리를 물려받았지만 재무부문 대표이사 자리는 그대로 비어 있다.
두산그룹은
박정원 회장의 재무구조 개선 의지에 따라 주요 계열사의 최고 재무책임자가 재무부문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그룹 지주사 격인 두산의 재무부문 대표이사는 김민철 최고 재무책임자다.
두산중공업 측은 재무부문 대표이사 자리를 채우는 것과 관련해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다만 재무부문 대표이사 선임이 당면한 재무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박 최고재무책임자가 연말 임원인사를 통해 재무부문 대표이사에도 선임될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은 그룹 경영위기의 중심에 있는 계열사인 만큼 재무 총괄의 책임이 막중하다”며 “최고재무책임자가 대표이사에 올라 경영현안과 가까운 자리에서 재무전략을 구상하는 기존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2020년 상반기 별도기준으로 누적 영업손실이 1309억 원에 그쳤으나 금융비용은 4498억 원이나 지출했다. 이 기간 누적 순손실인 8060억 원의 절반 이상이 재무적 부담이었다.
이는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두산중공업이 사모채나 전환사채 등 상환 만기가 짧고 금리가 높으며 비용 발생 리스크가 큰 방식으로 현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상반기 말 기준으로 두산중공업은 별도기준 차입금이 4조9101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1년 안에 상환 만기가 다가오는 단기차입금이 4조4358억 원이다.
결국 두산중공업 재무구조 개선의 과제는 단기차입금 중심의 차입구조를 장기차입금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상현 최고재무책임자가 경영 현안에 개입하지 않고 재무 과제를 해결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은 두산중공업의 현실에 비춰 보면 적절한 역할 수행이라고 보기 어렵다.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과 풍력터빈, 수소사업 등 친환경 신사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로 채권단과 약속했다. 앞으로는 이익률이 높다고 알려진 원전 주기기 제작 및 공급사업으로 실적을 내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
두산중공업의 신사업들은 정부의 한국형 뉴딜정책에 따른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가스터빈은 상용화 시점이 2023년, 8MW급 풍력터빈은 개발 완료시점이 2022년이며 수익을 내는 것은 더 미래의 일이다.
두산중공업은 안정적 재무구조의 발판이 될 안정적 수익구조를 구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을 BBB-,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매기고 있다.
부정적 전망이 현실화하는 순간 두산중공업은 신용등급이 BB급으로 떨어지며 두산중공업의 발행 채권은 쓰레기채권(정크본드)이 된다.
두산중공업의 재무 총괄은 재무정책을 조금이라도 잘못 판단하면 앞으로 두산중공업의 현금 조달창구를 지금보다도 좁히게 될 수 있다는 부담을 안고 있는 셈이다.
최고재무책임자가 판단 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경영현안에 일정 부분 관여하면서 재무전략을 구상해야 한다는 것이 두산중공업에 재무부문 대표이사가 필요하다는 시선이 나오는 근거다.
박 최고재무책임자는 1966년 태어나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 경영학과를 나왔다. 지주사격 두산과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등 주요 계열사들의 재무부문을 두루 거친 재무 전문가다.
특히 2018년 3월~2020년 7월 두산밥캣 최고재무책임자 및 재무부문 대표이사를 지내며 차입금 관리에 탁월한 면모를 보였다.
두산밥캣은 2017년 말 연결기준으로 차입금 1조2493억 원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2019년 말에는 차입금이 6658억 원까지 줄었다. 2019년 차입금을 2차례 조기상환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이 직면한 재무적 과제의 핵심도 차입금 관리인 만큼 박 최고재무책임자의 재무부문 대표이사 선임 여부에 업계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임원인사와 관련해서는 알려드릴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