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마다 다르게 받는 ‘업적연봉’도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면 통상임금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업적연봉은 전년도 근무성과에 따라 다음해에 12개월 동안 나눠 받는 연봉을 말한다.
업적연봉을 통상임금으로 판단한 건 이번이 처음인 만큼 이번 판결이 산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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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대법원. |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26일 GM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GM대우) 노동자 102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업적연봉을 통상임금으로 본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귀성여비, 휴가비, 개인연금, 직장단체보험 등도 통상임금으로 판단한 부분은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GM대우는 2000년에서 2002년 사이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일률적으로 지급해 온 상여금을 인사평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 업적연봉 형태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GM대우 노동자들은 월 기본급의 700%를 다음해에 12개월로 나눠 업적연봉으로 받게 됐다. 이들은 이 금액을 포함해 조사연구수당 등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되자 2007년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업적연봉이 통상임금을 판단하는 일반 요건인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획득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업적연봉은 전년도 인사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등급에 따른 인상분이 정해지면 해당 연도에 그 금액이 변동없이 고정적으로 지급된다”며 “해당 연도의 근무성적에 따라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업적연봉은 고정성이 있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전년도 인사평가 결과는 이후 정해지는 업적연봉액의 산정기준일 뿐 지급조건이 될 수 없다”며 “업적연봉을 통상임금으로 본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조사연구수당, 조직관리수당, 가족수당 가운데 노동자 본인 몫도 모두 통상임금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귀성여비, 휴가비, 개인연금보험료, 직장단체보험료를 놓고는 “특정 시점에 재직하지 않은 노동자에게는 지급되지 않는 등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업적연봉과 관련된 첫 판결이라 법조계는 물론이고 재계와 노동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이에 앞서 2013년 12월 대법원은 “노동자의 전년도 근무실적에 따라 해당 연도에 특정 임금의 지급 여부나 지급액을 정할 때 해당 연도에는 그 임금의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확정적이므로 이는 고정적인 임금인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통상임금의 기준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 뒤 재판부마다 통상임금과 관련된 소송의 판결이 각기 다르게 나오면서 혼란만 키웠다.
재계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현대차를 비롯해 많은 사업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임금협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대법원이 이번 판결로 통상임금의 범위를 다시 한 번 규정한 만큼 현재 진행 중인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서울지방법원은 1월 현대차 조합원 23명이 상여금과 휴가비 등 6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현대차 노조 가운데 8.7%에 해당하는 현대차서비스 소속에 지급되는 ‘일할 상여금’(근무 일수를 계산해 지급하는 상여금)만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법원은 “현대차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 산정요건인 고정성이 없기 때문에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현대차 단체협약 시행세칙에 “상여금 산정기간에 15일 미만으로 일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어 고정성이 결여됐다고 본 것이다.
노조는 이에 반발해 즉각 항소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