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은 NH농협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보장성보험 중심의 상품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체질 개선의 매조지를 하고 있다.
체질개선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흑자경영폭을 확대했고 약점으로 평가받던 재무 건전성 개선에 성공하면서 홍 사장의 연임 가능성에도 힘이 실린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NH농협생명이 저축성보험에서 보장성보험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반기 NH농협생명이 새로 판매한 보장성보험의 금액이 전체 신계약 판매금액 가운데 90%를 넘기면서 보장성보험 중심의 판매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NH농협생명 관계자는 “상반기 저축성보험의 판매건수 비율이 3% 남짓인데 이러한 흐름은 하반기에도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현재의 포트폴리오 비율을 유지하는 데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NH농협생명은 2014년 이후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고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려왔다.
보장성보험의 신계약 금액 비중은 2014년 말 52.8%였으나 2015년 64.8%, 2016년 70.3%, 2017년 79.8%, 2018년 84.1%까지 늘었다.
홍재은 사장이 취임한 2019년에는 88.3%까지 오른 뒤 올해 상반기에는 90%를 넘겨 91.9%로 집계됐다.
보장성보험의 판매건수는 전체 신계약건수 가운데 97%에 이른다.
저축성보험은 한 번에 들어오는 금액이 크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보험료 수익을 올리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2023년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저축성보험은 부채로 평가돼 책임준비금 부담이 커진다.
반면 보장성보험은 장기간 꾸준히 보험료 수익이 발생하고 책임준비금 부담도 저축성보험보다 낮다.
새 국제보험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저축성보험을 줄이고 보장성보험을 늘리는 것이 모든 보험사의 당면과제인 상황에서 홍 사장은 NH농협생명의 체질 개선을 매듭지은 셈이다.
NH농협생명의 보험 영업손실이 다소 많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마저도 포트폴리오가 조정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NH농협생명은 2012년 사업구조 개편 이전에 저축성보험의 판매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았다. 이 때문에 저축성보험의 지급내역이 보험수익에 반영돼 기존 계약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는 비용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NH농협생명은 상반기 보험 영업손실 1조120억 원을 냈다. 국내 생명보험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체질 개선과 동시에 흑자경영을 이어가고 있어 경영성과만 놓고 보면 홍 사장이 재연임할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늘고 있다.
앞으로 포트폴리오 조정을 확실히 마무리하고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홍 사장이 적임자라는 것이다.
홍 사장은 2019년 1월1일 취임한 뒤 NH농협생명의 흑자전환을 이끌어내며 올해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해 순이익 규모가 401억 원이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순이익 404억 원을 냈다.
홍 사장은 NH농협생명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재무 건전성 개선에도 성공했다.
상반기 NH농협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은 193.7%로 대형생명보험사 가운데 유일하게 200%에 미치지 못했는데 하반기 들어 유상증자와 채권재분류 등을 통해 305%까지 올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재연임에 성공하는 일이 드물긴 하지만 재연임 가능성을 높게 본다”며 “홍 사장은 올해 초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이 취임한 뒤 이뤄졌던 물갈이인사에서도 살아남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홍 사장의 임기는 올해 12월31일까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