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근 당 청년위원회에서 내놓은 소셜미디어 온라인 홍보물을 둘러싼 논란을 두고 단순한 실수를 넘어 당 개혁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로 판단하고 중징계 방침을 유지하며 당의 개혁에 걸맞은 후속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 뒤 기자들을 만나 “청년위 홍보물 내용을 보면 청년위원들이 오히려 진취적이지 못하다”며 “옛날 사고에 사로잡힌 것은 당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청년위에 내린 중징계가 지나치다고 하는데도 강경한 태도를 거두지 않은 것이다.
이에 앞서 비대위는 2일 화상 비대위 회의를 열고 당 청년위의 부적절한 소개글 논란과 관련해 청년위 이재빈 인재육성본부장과 김금비 기획국장을 면직하기로 결정했다. 주성은 청년위 대변인 내정자는 내정이 취소됐다.
비대위의 중징계 결정은 청년위가 9월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올린 지도부 소개글에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는 나라 자유보수정신의 대한민국’, ‘곱버스 타다가 한강 갈 뻔했다’, ‘육군 땅개’ 등의 표현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소개글에 쓰인 단어도 부적절했지만 청년위의 시각 자체가 김 위원장이 바라보는 당 개혁의 방향성과 맞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년위를 총괄한 박결 위원장은 극우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 위원장이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참여하기 전 창당했던 자유의새벽당은 친미국, 반북한, 자유시장경제 등의 가치를 앞세운 바 있다. 애초 이념적 색채를 지우고 당을 개혁하려는 김종인 위원장이 추구하는 방향성과는 결이 다른 셈이다.
박 위원장은 비대위의 청년위원 중징계 처분에 반발하기도 했으나 결국 책임을 지고 이날 정계에서 은퇴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를 맡은 이후 과거 보수정당의 모습을 희석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과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 계속 벌어지며 개혁 노력의 성과가 상쇄되는 일을 반복적으로 겪고 있다.
8월에 국민의힘은 정당 지지율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앞지르기도 했지만 극우세력 주도로 열린 광복절집회 탓에 모처럼 만난 상승세를 반납했던 일도 있다.
김 위원장을 향한 당내 반발과 견제도 점차 불거지고 있다. 국민의힘의 정책이나 대선 준비, 당로고 색깔 등과 관련한 크고 작은 문제를 놓고 김 위원장과 당내 중진 사이 갈등이 빚어지는 모습도 계속해서 포착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보수성향이 짙은 영남권에 기반을 둔 터라 보수색채를 희석하려는 김 위원장의 당 쇄신을 향한 당내 저항이 만만치 않다고 본다.
특히 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국민의힘은 20대 총선과 비교해 더 많은 영남권 의석을 얻은 반면 서울, 수도권, 강원, 충청 등 비영남권에서 의석 수가 크게 줄었다. 현재 국민의힘 의석 103석 가운데 영남권 의석 수는 56개다.
국민의힘의 원내 구성이 오히려 더 보수화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외부에서 영입된 김 위원장을 향한 당내 중진의원들의 견제 심리가 팽배해지며 김 위원장의 당 변화 추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시선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당내 지지기반이 없는 탓에 초·재선 의원 위주로 당을 운영하며 당의 개혁과정에서 영향력 있는 중진의원을 배제했는데 이 때문에 중진의원들의 불만도 커졌다는 것이다.
영남 중진이기도 한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 위원장을 겨냥하며 “80대 노정객의 당 개혁은 찬성하고 60대 중신은 반개혁적이라는 일부 초선들의 사고에 동의할 수 없다”며 “영남을 기반으로 한 당이 영남 출신 중진들을 배제하고 어찌 정권을 되찾아올 수 있겠는가”라고 따지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