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취임 초부터 기금운용 인력관리를 무거운 과제로 안게 됐다.
기존의 인력난을 해소하기에도 바쁜데 운용역들의 대마초 흡입 혐의로 기강을 잡아야 하는 이중고에 놓였다.
▲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0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역들의 대마초 흡입 혐의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
22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을 운용하는 운용역 수는 260여 명으로 집계돼 2020년 전체 목표정원인 288명을 밑돌고 있다.
올해 들어 두 번째 신규 인원 채용절차를 진행하는 중이지만 이번 채용에서 목표한 14명을 전원 채울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앞서 2월에 공고가 나왔던 올해 첫 번째 채용에서도 목표인원은 13명이었지만 10명만 채용이 확정되기도 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채용인원 목표를 모두 채우는 것보다는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적임자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운용역 수는 2018년 말 240여 명대와 비교하면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에서 운용하는 전체 기금규모를 고려하면 운용역 수가 여전히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기금 규모는 2020년 상반기 기준으로 752조 원에 이른다. 운용역 1명이 평균 2조8천억 원 이상의 자산을 다루고 있는 셈이다.
2018년 1조7천억 원과 비교해 운용역 1명이 다루는 자산이 1조 원 이상 늘어났다. 국내의 다른 연기금이나 해외 연기금과 견주어도 국민연금 쪽의 1인당 운용자산 규모가 훨씬 큰 것으로 평가된다.
국민연금도 인력 확보에 힘쓰고 있지만 기금운용본부 본사의 지방 이전과 민간회사보다 적은 성과급 등에 따른 퇴사 문제를 고려하면 인력난을 해소할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2019년 한 해 동안 20명 규모의 퇴사자가 나왔다. 앞서 2017년과 2018년에도 전체 54명이 무더기로 퇴사했다.
김 이사장은 정부 기조에 맞춰 고수익·고위험인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할 방침을 세웠지만 만성적 인력난을 고려하면 이조차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는 취임사에서 “대체투자와 해외투자의 비중을 늘리는 등 투자대상과 지역, 방식을 다변화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최근 싱가포르 사무소에서 일할 자산운용 전문인력을 모집하면서 현지 자산운용사 케펠캐피탈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정부가 국민연금의 기금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2024년까지 운용기금의 50% 이상을 해외투자로 운용할 방침을 세운 데 맞춘 조치다.
이 목표를 맞추려면 기금운용본부의 해외투자 관련인력도 2024년까지 350명 규모로 늘어나야 하는데 지금은 150명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운용역들의 기강 문제가 불거진 점도 김 이사장의 어깨를 무겁게 만든다.
국민연금은 최근 내부감사에서 운용역 4명의 대마초 흡입 혐의를 찾아내 이들을 해임하고 경찰에 수사를 맡겼다. 경찰의 마약 테스트 결과 4명 가운데 3명이 양성반응을 보였다.
사건 자체는 김 이사장이 취임한 8월 말 이전에 터졌지만 이번 사건이 10월 국정감사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가능성을 고려하면 김 이사장의 부담 역시 커진 셈이다.
2016년 퇴직자들의 기밀유출 의혹을 포함한 도덕적 해이, 2017년 비위행위를 저지른 직원 대상의 ‘솜방망이 징계’ 등의 문제로 당시 국민연금 이사장이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은 전례도 있다.
이와 관련해 김 이사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국민연금공단 운영 전반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근본적 쇄신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도 “김 이사장이 약속한 대로 직원의 일탈·불법행위에 따른 퇴출 기준을 강화하면서 무관용원칙을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