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2019년에 이어 올해도 도시정비사업 수주실적 1위를 사실상 확정하며 질주하고 있다.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도시정비사업에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던 현대건설의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렸을까?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2년 연속 도시정비시장 1위를 달리는 원동력으로 풍부한 자금력과 높은 브랜드 가치가 꼽힌다.
박동욱 사장은 현대건설의 수주 경쟁력을 위해 안정적 재무구조를 확보하고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 가치를 높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박 사장이 모든 수주전에 수익성을 꼼꼼히 검증하고 사업리스크를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디에이치 브랜드 가치 높이기에도 힘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안정적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풍부한 자금력을 무기 삼아 도시정비 수주전에 적극적으로 나서 경쟁기업보다 더 좋은 사업조건을 제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건설의 안정적 재무구조는 현대차그룹에서 재무 전문가로 손꼽히는 박 사장의 영향이 크다.
박 사장은 2011년 12월 현대건설 재경본부장 부사장으로 선임된 뒤 대규모 도시정비사업의 양호한 수익성 관리와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 원 달성에 공헌한 점을 인정받아 최고경영자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은 건설업계 최고 수준인 신용등급 AA-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부채비율도 113.3%에 머문다. 건설업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어 200%만 유지해도 양호하다고 평가된다.
또 상반기 기준으로 순현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이 5조3천억 원이 넘는데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 3조3천억 원보다도 많다.
박 사장은 내부조직인 '브랜드협의회'를 직접 챙기며 디에이치를 비롯한 주택 브랜드의 가치 관리에 힘쓰고 있다.
현대건설은 일정 기준 이상의 분양가를 받을 수 있는 지역에만 디에이치를 적용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으로 브랜드 가치를 관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6월 역대 최대 규모의 재개발로 알려진 서울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을 따낸 것도 강북에 처음으로 도입하는 디에이치 브랜드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건설업계에서 나온다.
박 사장은 2018년 3월 취임한 뒤 1년 만인 2019년 초 새로운 경영슬로건 '그레이트 컴퍼니'를 내놓으며 재개발을 포함한 도시정비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방침이 2019년 도시정비사업 수주실적 1위에 이어 올해도 2위와 2조 원 이상의 큰 차이를 벌리며 1위를 사실상 확정하는 성과로 이어지는 결실을 봤다.
현대건설은 2000년대만 해도 '래미안' 브랜드를 내세운 삼성물산에 밀려 도시정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2011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뒤 2015년 디에이치 브랜드 도입과 맞물려 도시정비사업에서 존재감을 점차 나타내기 시작했다.
현대건설은 2017년 4조6467억 원의 도시정비사업 수주실적을 올리며 한때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을 제외하고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대림산업, GS건설에 1위 자리를 뺏기며 도시정비사업 최강자 이미지를 확실히 굳히지는 못했다.
현대건설은 사실상 1위를 굳힌데 만족하지 않고 기세를 몰아 올해 남아있는 여러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노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8월까지 4조47억 원의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거둬 남은 수주전 결과에 따라 2017년 역대 최고 실적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현대건설은 서울에서 올해 남은 도시정비사업 가운데 가장 큰 흑석9구역 재개발사업과 부산 최대어 대연8구역 재개발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서울 노량진과 대구 지역의 도시정비사업 수주전 참여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