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피해자 지원방안을 두고 이사회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피해자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부담을 완전히 덜어내지 못하고 있다.

정 사장은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들이 금융감독원의 100% 배상안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옵티머스펀드 피해자들의 기대치도 높아져 눈높이에 맞추기가 쉽지 않다.
 
NH투자증권 옵티머스펀드 지원안에 투자자 반발, 정영채 갈 길 험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28일 옵티머스펀드 피해자들은 NH투자증권의 지원안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투자 금액별 차등지원과 가지급금 선지원 방식을 철회하고 조건없이 즉시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NH투자증권은 27일 이사회를 열고 옵티머스펀드에 투자한 개인고객의 투자금액에 따라 3억 원 이하는 70%, 10억 원 미만은 50%, 10억 원 이상은 40%를 선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법인고객은 투자금액이 10억 이상일 때 30%, 나머지는 개인과 동일한 비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NH투자증권은 3억 원 이하로 투자한 고객 비율이 77%에 이르는 점 등을 고려해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고객에게 더 높은 비율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차등지원 방식을 두고 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차별적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차등지급 방식이 지급규모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이번 지원안에 따른 전체 지급규모는 1800억 원대 정도로 파악된다. 이는 NH투자증권의 옵티머스펀드 판매액인 4327억 원의 41.5% 수준으로 전체 판매액의 지급비율은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NH투자증권 이사회에서 유력하게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진 50% 지급안보다 오히려 전체 지급규모가 축소된 것이다. 이에 옵티머스펀드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최대 70%'라는 표현이 눈속임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NH투자증권의 지원방안이 한국투자증권에 못미친다는 점도 피해자의 반발을 키우고 있다.

옵티머스펀드의 또 다른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은 7월 초 투자금액이나 추후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안, 소송 등 결과와 관계없이 무조건 70%를 선지급하는 지원안을 내놨다.

하지만 NH투자증권의 지원안에 따르면 추후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안이나 소송 등에서 70%보다 낮은 지급비율이 정해지면 그 차이만큼 지원금을 반납해야 한다는 것이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배상안을 판매사들이 수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들의 배상과 관련된 기대치가 높아진 점도 정 사장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와 미래에셋대우,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27일 이사회를 열고 금감원이 내놓은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100% 배상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100% 배상비율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금감원이 배상 근거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인정하면서 옵티머스펀드 피해자들 사이에서 투자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로펌들은 옵티머스펀드가 착오·사기에 따른 민사상 계약취소가 가능하다며 소송을 추진하고 있어 이에 참여하는 피해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

정 사장은 어렵게 내놓은 지원안을 두고 피해자 반발이 지속되고 있지만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아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옵티머스펀드 피해자 지원안이 이사회에서 승인된 뒤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모든 고객이 만족하기 어렵겠지만 진통 끝에 나온 최선의 조치”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정 사장이 여러 차례 이사회를 열기 위해 이사들의 협조를 부탁하고 다양한 지원안을 제시하는 등 사태 수습을 위해 힘써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6월25일 임시 이사회, 7월23일 정기 이사회, 8월13일·19일·25일 비공개 긴급 이사회 등 무려 6차례에 걸쳐 이사회를 개최하면서 지원안 마련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 과정에서 사외이사 두 명, 비상임 이사 한 명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합의에 진통을 겪기도 했다.

또 정 사장은 이사회를 만족시키기 위해 차등 지원안 등 다양한 시나리오와 그 근거들을 제시하면서 이사회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적극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정 사장은 6월 옵티머스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한 직후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피해 최소화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8월 초 증권사 대표로서는 이례적으로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금감원이 발표한 옵티머스 펀드 중간검사 결과에 따르면 5151억 원 규모의 옵티머스펀드 환매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 놓여있다. 이 가운데 84% 수준인 4327억 원 정도가 NH투자증권을 통해 판매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