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이 기업공개를 서두를까?
코로나19로 게임산업에 증권시장의 관심이 높은데다 크래프톤의 실적도 좋아 상장의 적기라는 시선이 나온다.
장 의장은 경영복귀 뒤 상장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는데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체제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이 이르면 9월 상장주관사를 선정할 수도 있다.
장 의장이 경영에 복귀하자 마자 내부 조직을 정비해 부진 자회사를 철수한 데다 최근 공모시장에서 게임산업이 인기를 끌고 있어 크래프톤의 상장 시점을 당길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크래프톤은 올해 실적이 부진한 자회사 ‘스콜’과 ‘엔매스’ 등 2곳을 폐업했다.
특히 엔매스는 2020년 상반기에만 영업손실 120억 원을 보면서 크래프톤의 21개 자회사 가운데 2020년 상반기 기준으로 순손실 규모가 가장 컸다.
기존 게임의 노후화와 신규게임 흥행의 실패에 따라 폐업을 통해 손실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순이익을 끌어올려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크래프톤은 자회사 지분 100%를 들고 있어 연결실적에 손실이 모두 반영돼 몸값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진한 자회사를 정리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인 펍지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새 게임인 ‘엘리온’과 '테라' 개발 조직을 ‘블루홀’이라는 독립법인으로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장 의장은 경영에 복귀할 때 “이제 크래프톤 상장에 ‘올인’할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장 의장은 크래프톤의 지향점을 ‘게임 제작 명가’로 두고 있는 만큼 게임개발을 위한 꾸준한 자금 확보는 필수적이다.
지금까지는 펍지의 ‘플레이어언노운 배틀그라운드’ 흥행을 통해 텐센트 등에서 투자를 받았지만 이후 게임들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투자를 받기가 쉽지 않아졌다.
더욱이 장 의장이 크래프톤에서 게임개발 스튜디오를 자회사로 두는 형태로 '연합체제'를 구성하고 있는데 이를 확장하기 위해서 인수합병이 앞으로 대표적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크래프톤 지분과 게임개발 스튜디오 사이 지분교환을 하는 방식으로 자회사로 뒀다. 하지만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장 의장의 지분이 감소한 만큼 이런 방법으로 연합체제를 확대하기 쉽지 않다.
크래프톤 상장은 지금이 적기다.
코로나19로 공모시장에서 게임산업과 관련해 청약이 몰리고 있다.
크래프톤과 협력관계인 카카오게임즈는 26일과 27일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0대 1을 웃돈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최고 청약증거금을 끌어 모은 SK바이오팜(31조 원)의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836대 1이었다는 점에서 흥행을 검증한 셈이다.
또 크래프톤은 올해 핵심게임인 배틀그라운드가 코로나19로 다시 인기를 끌면서 영업이익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크래프톤은 2020년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8872억 원, 영업이익 5137억 원을 거뒀다. 2019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94.94%, 영업이익은 295% 늘었다.
장외시장에서 크래프톤 주가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28일 기준으로 크래프톤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1주당 105만 원에 거래됐다.
시가총액 규모는 8조4869억 원으로 넷마블(13조 원)보다는 낮지만 펄어비스 시가총액(약 2조4천억 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가 일반 청약에서도 흥행에 성공하면 크래프톤도 상장을 본격화할 수 있다"며 "최근 조직 재편과 기업공개 시점이 맞물린다면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크래프톤도 공모시장의 '대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