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남북교류 노둣돌 놓기 ‘가시밭길’, 미국 비협조에 북한 외면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대북제재를 우회해 남북교류의 물꼬를 트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재제 방침에 변화가 없는 데다 북한도 별다른 호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남북교류의 노둣돌을 놓은 일은 가시밭길을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이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에서 "남북 생명공동체 건설을 위해 방역, 공유하천 공동관리, 보건의료, 산림, 농업 등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직후부터 추진한 ‘작은 교역’의 대북제재 위반 논란과 관련해 이 장관은 “우선 제재 대상이 아닌지를 검토하지 않겠나, 그걸 무시하고 추진할 사람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 장관의 발언은 대북제재의 틀을 지키며 북한과의 경제교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통일부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내 민간단체의 남북 물물교환사업과 관련해 “원천적으로 다시 되돌린다거나 철회 또는 백지화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며 “작은 교역에서 문제된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를 제외한 북측 기업들은 제재 위반 소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장관의 의욕과 달리 남북교류를 둘러싼 환경은 문재인 정부 출범 뒤 어느때보다 좋지 않다.

우선 미국이 대북제재를 피해갈 우회로를 허용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대통령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이어서 미 정부는 북한과 관련한 변수를 만들려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장관이 추진했던 한미워킹그룹의 역할 변환도 사실상 미국의 반대에 부딪혀 어려워졌다. 

미국은 한국과 남북교류협력과 관련된 사업을 논의하기 위한 한미워킹그룹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조직이 남북교역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있다. 당초 남북교류를 지원하기 위한 '원스톱 서비스 기관'으로 만들어졌지만 실제로는 교류협력을 가로막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1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한미워킹그룹을 놓고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비판적 의견도 있다”며 “저와 대사님이 한미워킹그룹 2.0시대를 함께 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리스 대사는 이 장관의 발언에 “미국은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남북이 협력할 방법을 찾는 것을 강력히 지지한다”며 우회적으로 기존의 한미워킹그룹이 유지돼야 한다는 뜻을 내보였다.

이 장관으로서는 남북대화에 물꼬를 트기 위한 노력에 아무런 반응이 없는 북한의 태도도 아쉬울 수 있다.

북한은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 하는 등 긴장 수위를 높이다 6월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대남군사행동계획을 보류하기로 결정한 뒤부터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황강댐 수문 개방을 사전통보하지 않는 등 자연재해와 관련한 대응에도 협조를 외면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19일 열린 제7기 제6차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성과 미흡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만큼 대북제재를 우회해 추진해야 하는 '소규모'의 남북 경제협력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지켜본 뒤 미국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이 장관의 노력이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를 소집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과 관계 설정 등 중요한 전략들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