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대면 정치라는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이 의원은 강한 메시지를 내놓기보다 사람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데 익숙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이런 이 의원에게 비대면 정치는 불리한 환경인데 선명한 화법으로 대중에게 리더십을 보여주는 변신을 할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는 20일 당대표 후보들이 참여하는 MBC ‘100분 토론’ 일정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당대표 후보인 이 의원이 19일 저녁 서울 양천구 보건소로부터 코로나19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수도권 합동연설회, KBS 전국 방송토론회 등 남은 선거운동 방식을 놓고 이 의원을 비롯해 김부겸 전 의원, 박주민 의원 등 당대표 후보들과 함께 협의해 결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 의원은 자가격리기간이 31일 정오에 끝나는 만큼 전당대회 당일인 29일까지 외부활동이 불가능하다. 9일 남은 당대표 선거기간에 비대면 선거운동만이 가능한 상황인 셈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비대면으로 당대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새로운
이낙연’을 벼리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이 의원도 선명한 화법을 통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자가격리를 시작한 지 하루만인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의료계 파업 추진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놓았다.
이 의원은 대한의사협회의 파업 추진과 관련해 “다른 때도 아니고 코로나 2차 대유행으로 번질 위기에 의사들이 총파업을 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의료체제 관련 논의는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와는 아무 관련이 없으니 파업은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17일에는 ‘고 장준하 선생 45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이 의원은 “독재 권력을 잘 아는 사람들이 민주정부를 독재라고 부른다”며 민주당을 향해 ‘독재’라고 공세를 벌이는 미래통합당에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금까지 정치행보에서 선명한 말보다는 현장 방문 등을 통한 직접 접촉을 주로 활용해 왔다.
총리 시절에도 고성 산불,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주요 재난현장을 방문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일왕 즉위식 참석하는 외교 행보 등으로 정치적 성과를 쌓으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여 왔다.
4·15 총선에서는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전국 유세를 돌며 당의 총선 승리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반면 이 의원의 화법을 놓고는 정치권에서 비교적 아쉽다는 말들이 나왔다.
이 의원은 지나치리만큼 발언에 신중해 ‘고구마’라는 말을 듣는다. 다음 대선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사이다’라는 말을 들으며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과 비교해 이 의원의 화법을 최근 지지율 하락의 한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이 의원은 11일 방송 인터뷰에서 “당대표가 되면 새로운
이낙연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