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민주당이 부동산대책 실패 등 악재를 돌파하기 위한 국면전환용으로 제기한 측면도 있는 만큼 조만간 사그라들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미래통합당으로서는 지역 특히 충청지역 민심의 흐름과 대선에 미칠 영향력을 고려할 때 무작정 반대하거나 외면할 수 없는 의제인 만큼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데 고심이 클 수밖에 없다.
22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당내 행정수도 이전 논의와 관련해 “김 원내대표가 23일 원내에 추진단을 만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0일 김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전후해 행정수도 이전 논의 띄우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태년 원내대표가 제안한 행정수도완성특위는 시의적절하고 미래통합당이 경계심을 보이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당대표 선거에 나선 이낙연 의원은 물론 당내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찬성한다는 뜻을 밝히며 행정수도 이전 이슈 띄우기에 가세했다.
이에 앞서 김 원내대표는 2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행정수도를 제대로 완성할 것을 제안한다”며 행정수도 이전 논의를 꺼내 들었다.
김 원내대표는 21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도 “행정수도 완성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국회에 ‘행정수도완성특위’를 구성할 것을 정치권과 시민사회에 정식으로 제안한다”고 불씨를 지폈다.
정치권에서는 김 원내대표가 '절묘한 수'를 던진 것으로 본다.
민주당은 부동산대책 실패, 박원순 사태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몰려 있는데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순식간에 여론의 관심을 돌릴 수 있는 폭발력을 지닌 주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원내대표가 행정수도 이전의 명분으로 꺼내든 ‘수도권 집중 완화’도 부동산 문제를 향한 비판의 방향을 ‘정부의 정책실패’가 아니라 ‘역대 정부에서 누적된 구조적 문제’로 돌리는 효과가 있다.
통합당으로서는 민주당이 꺼내든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대중이 이목이 쏠리는 상황을 막고 싶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부동산정책 실패 논란 등의 악재를 벗어나기 위해 행정수도 이전을 국면돌파용으로 꺼내든 것이라는 의구심을 지니고 있지만 대응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정치권의 이슈를 빨아들일 블랙홀이 돼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향한 비판 목소리는 사라지고 행정수도 이전을 놓고 민주당에 끌려가는 상황이 될 수 있다. 2004년 대선 때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내건 노무현 후보에게 패배한 악몽이 재현되지 말란 법이 없다.
그렇다고 행정수도 이전 논의를 무작정 외면할 수도 없다. 행정수도 이전이 이미 여론의 호응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론 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20일 내놓은 ‘청와대/국회 등 세종시 이전 찬반’ 조사결과에 따르면 찬성 53.9%, 반대 34.3%로 찬성 여론이 우세했다.
민주당의 지지세가 강한 호남에서 찬성이 68.8%인 것은 물론 대전·세종·충청 66.1%, 부산·울산·경남 59.6% 등 지방에서 상대적으로 찬성 비중이 컸다.
통합당의 지지세가 강한 부산·울산·경남지역에서도 찬성 여론이 우세한 데다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온 충청권 민심이 행정수도 이전에 긍정적이라는 점에서 통합당이 무대응으로 일관하기도 쉽지 않다.
2002년 대선에서 통합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충남 예산 출신 이회창 후보를 내세웠음에도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운 노무현 후보에게 패배했다. 당시 대전, 충북, 충남에서 모두 노 후보가 50% 이상을 득표했다.
김 원내대표가 행정수도 ‘이전’ 대신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행정수도 이전이 참여정부 때부터 이어온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통합당에서도 2004년 대선 때의 '아픈 경험'을 거울삼아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이 지역구인 5선 정진석 통합당 의원은 이날 “행정수도 완성의 길로 가자는데 동의한다”며 야권에서 처음으로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긍정적 태도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장제원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이종배 정책위의장도 같은 날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통합당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20일 “이제 와서 헌법재판소 판결을 뒤집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가 22일 오전에 인천 수돗물 유충 사태 관련 현장점검에서는 “나중에 이야기하자”며 즉답을 피했다.
22일 오후에는 당내에서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놓고 김 위원장은 “그 사람들 개인적 이해관계에서 이야기 하는 것으로 당의 공식입장이 아니다”고 대답했다. 그는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왜 자꾸 물어보느냐”며 짜증섞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