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현대제철에서 최근 발생한 사망사고를 중대재해로 판단하면서 안동일 대표이사 사장이 안전문제를 놓고 부담을 크게 안게 됐다.

현대제철 당진 공장에서 또 다시 산업재해가 발생한다면 안 사장은 산업안전을 어느 때보다 강조하는 21대 국회에서 본보기가 될 수 있다.
 
현대제철 사망사고는 중대재해, 안동일 국회 '위험 외주화' 주시에 부담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은 9일 현대제철 당진 공장에서 발생한 사망재해를 고열작업에 따른 중대재해로 판단하고 22일부터 30일까지 7일 동안 산업안전감독을 실시한다.

애초 사고발생 장소에만 내려졌던 작업중지 명령의 범위도 '고열작업 장소에서 행하는 크레인 보수작업' 전체로 확대했다.

천안지청은 사고 이후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18일 이번 사고를 고열작업에 따른 중대재해로 판단했는데 다소 늦은 판단으로 노동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번 사고가 중대재해로 인정된 만큼 안 사장은 위험한 업무를 외부업체에 맡기고 안전을 소홀히 했다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21대 국회가 6월 출범 초기부터 산업안전 강화를 위한 목소리를 지속해서 키우는 점은 안 사장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임기 안에 산업재해에 따른 사망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입법으로 뒷받침할 준비를 하고 있다.

20대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이인영 의원이 대표적인데 이 의원은 최근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국민의 생명·건강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생명안전업무 종사자를 직접 고용하는 ‘생명안전업무 종사자 직접고용 등에 관한 법’을 대표 발의하며 산업안전 강화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뿐 아니라 정의당도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의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하며 산업안전 문제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을 보였다.

현대제철 당진 공장은 매년 산업재해에 따른 사망사고가 일어나고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감독을 지속해서 받는 요주의 사업장으로 꼽힌다.

안 사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안전환경 자문위원회를 꾸리는 등 안전 조치를 강화했지만 올해 2월에 이어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중대재해를 근절하지 못하고 있다.

21대 국회가 산업안전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10월 국정감사 등에서 뭇매를 맞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21대 국회는 이미 중대재해와 관련해 현대제철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첫 당정협의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현대제철 당진 공장의 안전 강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요청했다.

이 의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는 2006년 이후 지난해까지 36명의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며 “대기업에서 지속해서 사망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안전과 관련해 구조적 문제를 지니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제철 안전대책을 보고 받으며 제도적으로 안전의 사각지대가 있는지 계속 챙겨 볼 예정”이라며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국정감사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사망사고는 중대재해, 안동일 국회 '위험 외주화' 주시에 부담

▲ 전국금속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5일 고용노동부 충남 천안지청 앞에서 현대제철 사망사고를 고열작업에 따른 중대재해로 판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이번 현대제철 당진공장 사망사고 직후 직접 당진을 찾아 안 사장을 면담하고 안전 대책을 보고 받았다.

강 의원은 정의당에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대표 발의한 의원으로 이 의원과 마찬가지로 21대 국회 환노위에서 활동한다.

현대제철이 안전문제에 긴장하지 않으면 자칫 당진 공장에서 고열에 따른 사고가 또 다시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선도 나온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현대제철 당진 공장에서는 9일 사망사고 이후 10일 다른 노동자가 또 다시 고열작업 중 쓰러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다행히 병원으로 옮겨져 의식을 회복했지만 올해 여름에 역대급 무더위가 예상되는 만큼 안전대책 강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고열환경에서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열 보호장구를 필수적으로 지급해야 하는데 외부용역 업체가 단기적으로 업무를 할 때는 보호장구를 의무적으로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등 제도적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고열작업 전반의 제도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천안지청의 산업안전감독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며 “현장에서 더 이상 중대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매뉴얼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현장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