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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한국전력이 주최하는 세계 최초 전력분야 엑스포인 '빅스포(BIXPO·Bitgaram International Exposition of Electric Technology) 2015'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막했다. 조환익 한전 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까?
조 사장이 한전에서 쌓은 '점수'만 놓고 보면 연임은 떼놓은 당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공기업 수장이 연임된 사례가 흔치 않고, 그것도 사장을 탐내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한전이라는 점에서 연임은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조환익 한전 사장의 임기가 12월 16일로 만료되면서 누가 한전 사장이 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사장이 한전에서 거둔 성과를 보면 연임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조 사장의 경영성과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2012년 12월17일 한전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만년 적자에 허덕이던 ‘부실 공기업’ 한전을 '알짜배기' 흑자기업으로 바꿔놓았다.
한전은 지난해 영업이익 5조7876억 원, 순이익 2조7990억 원을 기록했다. 자회사를 제외한 한전 개별기준 영업이익은 1조 6737억 원, 순이익은 1조399억 원으로 모두 1조 원의 벽을 넘어섰다.
조 사장이 취임하기 직전까지 한전은 5년 동안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 조 사장은 정치력을 발휘해 정부로부터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을 끌어냈고 이를 기반으로 적자기업을 흑자기업으로 돌려세우는데 성공했다.
조 사장이 취임할 당시 한전의 주가는 2만8650원에 불과했으나 13일 종가 기준 4만8300원으로 70%나 상승했다. 시가총액도 이 기간 동안 18조4천억 원에서 31조69억 원으로 12조 원 이상 불어났다.
조 사장은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에서도 성과를 냈다.
조 사장은 지난달 서울 삼성동 본사 부지를 현대차그룹에 10조5500억 원에 파는 거래를 끝냈다. 조 사장은 매각대금을 회사의 부채상환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조 사장의 계획대로 된다면 한전의 부채비율은 세 자릿수에서 두 자리수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전남 나주혁신도시로 한전 본사를 이전한 점도 조 사장의 성과로 꼽힌다. 조 사장은 나주지역에 ‘빛가람 에너지밸리’를 조성해 낙후된 이 지역 경제활성화에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사장은 올해 기획재정부가 주관한 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 평가에서 공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우수’ 등급을 받았다.
조 사장은 지난 5월 한국능률협회가 수여하는 한국의 경영자상을 수상했다. 공공기관장이 이 상을 받은 것은 2000년 한갑수 가스공사 사장 이후 조 사장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조 사장의 연임은 낙관적이지 않다.
한전 사장이라는 자리가 공기업 가운데 최고의 노른자위로 평가받고 있어 이를 노리는 인사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여전히 정권창출에 기여한 인사들의 논공행상을 끝내지 못한 상황이다.
같은 이유로 역대 정권에서도 공기업 수장이 연임하는 사례는 드물었고 한전 사장은 더더욱 그랬다.
조 사장이 관료 출신으로 오랫동안 '좋은 자리'에 있었다는 점도 연임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조 사장은 1950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14회로 공직에 입문해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중소기업국장, 산업정책국장, 무역투자실장, 차관보 등을 역임했다.
그는 차관보 시절인 2001년 ‘능력있는 후배에게 길을 터주겠다’며 사직한 뒤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을 지내다 2004년 차관으로 산자부에 복귀했다.
차관에서 물러난 그는 2007년 수출보험공사(현 무역보험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또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을 역임했다. 한전 사장까지 감안하면 그의 공직 생활 '운'은 관료 출신 가운데 드물게 좋은 셈이다.
게다가 일부에서 한전의 실적이 좋은 것은 전기요금 인상의 결과이며, 전기요금 인상은 국민부담을 키웠다는 점에서 조 사장의 경영성과는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조 사장의 임기만료를 두 달 정도 앞둔 현재까지 한전 사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명되는 인물은 아직 없다.
예년과 달리 올해 3월부터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을 강화한 공직자윤리법이 시행되고 있어 관료 출신 공기업 사장 후보자들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대한상의 부회장처럼 관료 출신들이 맡아 온 경제단체의 상근 부회장이 세 번씩 연임이 추진되고 있고 일부 공기업의 경우 사장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
그렇다고 민간 전문가나 정치인들 가운데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인사를 찾아 내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때문에 한전 안팎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조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조 사장이 산자부 차관을 지내고 한전에서 성과를 낸 점을 기반으로 내심 산자부 장관을 기대하고 있다는 말도 나돈다.
조 사장이 중앙고 출신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과 고교 동문이라는 점도 이런 말이 나오게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