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우선, 모든 것을 바꾸자.(Digital First, Change Everything)'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4월 디지털혁신위원회를 출범하며 새 경영슬로건을 이렇게 제시했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 디지털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전산시스템 등 외형적 변화뿐 아니라 조직문화도 카카오뱅크를 모델 삼아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5일 우리금융지주에 따르면 손 회장은 최근 공감과 소통 경영을 앞세워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 디지털화를 위해 모든 것을 바꾸기로 한만큼 뿌리가 되는 조직문화도 손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로 비대면시대가 앞당겨지며 디지털화는 금융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모든 금융지주사들은 디지털 전환을 주요 과제로 꼽고 있다.
손 회장도 비대면시대에 발맞춰 디지털혁신위원회를 직접 이끌기로 하는 등 우리금융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전산시스템을 디지털화해 구축하는 등 외형적으로 변화하는 것만으로는 혁신성과 민첩성(애자일) 등으로 대변되는 디지털화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디지털 DNA를 태생적으로 보유한 정보통신(IT)기업들이 수평적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혁신금융상품을 내놓으며 금융 플랫폼 사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하고 6월 네이버통장을 출시해 금융 사업에 진출했다. 20조 원이 넘는 네이버페이 연간 결제액을 바탕으로한 금융상품을 내놓고 금융 플랫폼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를 설립해 2020년 1분기 185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3% 늘어났다.
순이익 규모에서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에 크게 못미치지만 시중은행들의 순이익 규모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디지털금융 경쟁력을 입증한 셈이다.
특히 카카오뱅크를 살펴보면 은행업을 주력사업으로 두고 있지만 조직문화에서 시중은행들과 차이를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1일 법인이름을 한국카카오은행에서 카카오뱅크로 공식 변경했다. 조직 구조를 45개로 확대하면서 명칭을 모두 '팀'으로 통일했다. 수평적 조직문화가 반영된 셈이다.
카카오뱅크가 대학생들이 뽑은 은행권 입사 선호도 조사에서 시중은행들을 모두 제치고 1위에 올라서고 KB국민은행에서 카카오뱅크로 파견됐던 직원들이 돌아가지 않고 잔류하길 선호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금융권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수평적 조직문화를 통한 유연하고 속도감 있는 의사결정 방식을 통해 '26주 적금'과 동전모으기 등 기존 금융권에서 내놓지 못했던 혁신 상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금융업은 전통적으로 보수적 조직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업종으로 꼽힌다. 수신·여신 등 고객의 신뢰를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금융지주는 2016년에서야 민영화를 이룬 만큼 정부나 공기업에 가까운 조직문화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과 소통과 교류를 확대하는 등 수평적 기업문화 형성을 위해 공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2일부터 12일까지 2주 동안 모두 10개 자회사 본사를 직접 방문했다. 그룹사 임직원들 소통과 교류기회를 확대해 고유한 기업문화 정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앞서 우리금융지주는 5월에도 그룹 차원에서 대표이사와 자회사 직원들 사이에 소통할 수 있는 '우리원톡'을 사내게시판에 신설했는데 이 또한 공감 채널이 부족하다고 느낀 손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은 디지털혁신위원회를 출범하면서 '블루팀'을 조직하는 등 조직구조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블루팀은 혁신금융서비스 등의 과제를 발굴하고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업무를 담당하며 젊고 혁신적 직원을 선발해 20명 내외로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실무를 담당하는 '영리더'나 '블루팀' 등 바텀-업 방식의 소통창구를 강화하는 등 조직문화를 수평적으로 변화하기 위해 지주사 차원에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