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오랜만에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대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정몽규 회장이 가장 먼저 금호산업에 지불하려던 아시아나항공 구주 가격을 낮추려 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박 전 회장도 협상 테이블에 직간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해 사기업의 대주주를 몰아낸다는 부담에도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추진했다. 박 전 회장이 ‘인생 모든 것’이라고 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결심한 배경에는 박 전 회장의 추가 지원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한 이 회장이 있다.
이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어떤 방식으로든 스스로 마무리하려 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임기가 3개월밖에 남지 않은 만큼 연임한 뒤 남은 매각작업 등을 이어서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만이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을 빼더라도 대우건설과 KDB생명보험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잔재가 여전히 산업은행 품에 여럿 남아있다.
KDB생명 역시 매각이 지지부진하다. 사모펀드(PEF) JC파트너스 품에 무난히 안기는가싶더니 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자본 확충 부담이 큰 데다 코로나19로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수준이 0.5%까지 낮아져 생명보험사들의 앞날이 어둡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백인균 KDB생명 수석부사장도 최근 코리아신탁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백 수석부사장은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지난해 KDB생명 매각 완수의 임무를 맡고 KDB생명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회장이 KDB생명 매각이 성사되면 정재욱 KDB생명 대표이사 사장과 백 수석부사장에게 수십억 원에 이르는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던 만큼 백 수석부사장의 이동을 놓고 매각 과정이 순탄치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9월 매각공고를 낸 뒤 KDB생명 매각작업에 착수했다. 무려 네 번째 시도다.
이 회장이 매각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분명하게 밝힌 데다 매각 성사에 거액의 성과급을 내거는 등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모두 꺼내들었지만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이번에도 매각에 실패하면 사실상 언제 다시 매각이 추진될지조차 알 수 없다.
대우건설 매각도 주가 등을 고려할 때 먼 일로 보인다. 대우건설 매각을 전담하고 있는 KDB인베스트먼트 역시 당분간은 매각에 나서지 않고 체질 개선에 힘쓴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결국 이 회장이 임기 안에 산업은행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긋지긋한 인연을 끊어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아무 것도 손에 쥐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산업은행은 10년이 넘도록 얽히고설킨 관계를 이어왔다.
둘의 인연은 2009년 6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으면서 시작됐다. 금호타이어, 금호산업 등이 채권단 관리로 넘어갔지만 산업은행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 박삼구 전 회장은 2010년 11월에 다시 경영에 복귀했다. 당시에도 박 전 회장에게 산업은행이 지나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결국 박 회장은 우여곡절 끝에 2015년에는 금호산업을 인수하며 그룹 재건의 첫 발을 뗐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