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그룹은 형 조현식 부회장이 지주회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동생 조현범 사장이 사업회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를 각각 이끌고 있다.
19일 한국타이어그룹에 따르면 지주회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회사이름에서 ‘테크놀로지’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맞게 되면서 후속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한국테크놀로지'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을 상대로 낸 상호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일부 인용했기 때문인데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인용된 가처분 신청에 이의신청을 낼지 논의하고 있다.
재판부는 15일 “하나의 기업집단을 나타내는 표현인 ‘그룹’을 제외하면 두 회사의 상호명은 ‘한국테크놀로지’로 완전히 동일하며 두 회사가 모두 지주사업과 자동차 부품류 제조·판매업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일반인이 서로 관련 있다고 생각할 개연성이 높다”며 한국테크놀로지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관계자는 “아직 최종결정이 난 게 아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이의신청을 할지 등을 놓고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법원에 이의신청을 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바라본다. 대기업의 체면이 달린 데다 재판이 길어질수록 최종 패소했을 때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현식조현범 형제경영체제에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라는 이름이 지닌 상징성이 작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회사이름 논란을 두 형제의 경영능력과 연결지어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이 2019년 31년 만에 경영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면서 한국타이어그룹은 3세경영을 본격화했다.
조 부회장과 조 사장은 타이어 ‘한 우물’만 팠던 아버지 조양래 회장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회사이름에서 타이어를 빼고 ‘테크놀로지’를 넣었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한국타이어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 2019년 5월 정식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하지만 조 부회장과 조 사장이 그룹의 미래 방향성을 첨단기술기업으로 바꾸는 결단의 순간에서 그룹의 정체성을 담은 이름을 결정하는 데 면밀히 따지지 못한 셈이 됐다.
이미 '한국테크놀로지'라는 상장기업이 따로 있는데도 '업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대기업의 힘을 믿고 밀어붙였다가 재판에서 패소하면서 스타일을 구겼다.
더욱이 형제경영을 시작한 지 1년도 안돼 개인비리 혐의가 밝혀지면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조 사장은 하청기업에서 납품 대가로 매달 수백만 원씩 모두 6억여 원을 챙기고 이와 별도로 계열사 자금 2억여 원을 정기적으로 빼돌린 혐의로 2019년 12월 구속기소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조 부회장은 2014년 1월부터 2015년 9월까지 친누나가 미국 법인에서 일하는 것처럼 꾸며 1억여 원의 허위 급여를 지급한 혐의를 받아 2019년 12월 불구속기소됐다.
조 사장은 올해 4월17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조 부회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으며 두 사람 모두 구속은 모면했지만 윤리의식은 땅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