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미향 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 논란의 처리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윤 당선인을 옹호하자니 여러 의혹에 들끓는 여론이 부담스럽고 윤 당선인을 내치자니 당의 조치가 자칫 종군위안부 문제를 파헤치고 세계에 알려온 시민운동의 대의를 훼손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 걱정이다.
 
이해찬, 윤미향 처리 놓고 들끓는 여론과 위안부 명분 사이 선택의 기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이 과거 이사장으로 있던 정의기억연대의 자금 사용내역과 관련한 의혹을 명확히 해명하지 못하면서 민주당의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지금까지 윤 당선인과 관련한 언급을 일체 하지 않았는데 20일 태도를 밝힐 것으로 전해진다.

이 문제가 단순한 개인 비위로만 볼 수 없는 복잡한 사정이 있는 만큼 이 대표도 윤 당선인 문제의 처리를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윤 당선인에 앞서 부동산 의혹이 불거진 양정숙 당선인의 제명조치를 결정한 바 있다.

양 당선인이 끝까지 의혹을 부인하며 반발했지만 민주당은 양 당선인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신속하면서 단호한 대응으로 개인 비위 의혹이 당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효과를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 문제는 위안부 문제 해결에 힘써온 시민운동과 얽혀 있다는 점에서 양 당선인 문제와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는 점이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윤 당선인과 정의기억연대는 오랫동안 위안부 문제의 공론화와 국제적 홍보활동을 통해 세계의 공감대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은 물론 세계의 주요 도시에 위안부를 상징하는 소녀상이 세워진 것도 정의기억연대의 공로로 인정받는다.

윤 당선인과 정의기억연대가 위안부 시민운동을 가장 활발하게 추진한 주체로 꼽히는 만큼 윤 당선인의 의혹이 입증되면 종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애써온 시민운동 자체의 빛이 바랠 우려가 있다.

더군다나 민주당이 윤 당선인을 제명해 쫓아내는 모양새가 되면 위안부 시민운동의 ‘대의’은 더 큰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일본 극우세력이 민주당의 조치를 근거로 위안부 관련 운동을 폄훼하는데 나선다면 이와 관련한 비난의 화살은 민주당에도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 윤 당선인의 의혹과 정의기억연대의 활동을 분리해서 봐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음 당권주자로 꼽히는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문제는 보완해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면서도 “언론에서 부정적으로 제목을 뽑아 부정적 시각을 유도하는 게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위안부 문제를 놓고 싸워왔던 시민운동가의 삶에 최소한의 예의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논란 때문에 30년 동안 헌신해 온 활동이 부정돼선 안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의혹이 가라앉지 않은 만큼 스스로 의원직을 포기하는 게 민주당으로서는 가장 바람직하다.

송 의원이나 김 원내대표가 정의기억연대의 과거 활동을 방어하고 나선 게 윤 당선인이 스스로 물러날 길을 터주기 위해서라는 서신도 있다.

이런 분위기와 달리 윤 당선인을 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민주당 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당 지도부가 윤 당선인을 놓고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줄 수 밖에 없다”며 “윤 당선인을 놓고 보인 온정주의적 태도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 외에도 윤 당선인의 해명이 부족하거나 부적절하다고 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시각이 민주당 내에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아직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윤 당선인을 둘러싼 의혹은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로 전달된 기부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시작됐다. 이후 정의기억연대의 회계처리에 관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급기야 윤 당선인이 기부금을 유용해 부동산 매입과 자녀 유학자금으로 썼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윤 당선인은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했지만 해명내용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아 오히려 의혹을 더 키웠다.

윤 당선인은 아파트를 경매로 매입한 경위를 소명하며 다른 아파트를 팔아 비용을 충당했다고 했지만 경매시점은 2012년이고 비용 충당을 위해 판 아파트는 2013년에 소유권이 이전된 것으로 확인되는 등 여러 해명에 허점이 드러났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