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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이 지난해 7월31일 해외 심장병 환자 초청 수술 300번째 대상인 스레이 누와 그의 어머니를 만나고 있다. |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은 ‘아시아 기부 영웅 48인’에 선정된 적이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해 5월 아시아 인터넷판에서 발표한 사회적 기여 관련 인사에 이 회장의 이름을 올렸다. 포브스는 이 회장을 아시아와 태평양지역에서 눈에 띄는 기부를 한 사람으로 소개했다.
이 회장은 가천길재단 산하에 가천문화재단과 봉사단체를 만들어 다양한 기부를 한다. 그는 직접 아픈 사람들에게 의료 재능기부를 하고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도 넓히고 있다. 하지만 가천길재단에 근무하는 친척들이 리베이트나 횡령에 연루되는 등 기부천사 이미지에 흠집을 내고 있다.
◆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고 싶다는 이길여의 꿈
이 회장은 일본에서 유학하던 젊은 시절 세 가지 결심을 했다. 첫째가 종합병원 세우기고 둘째는 의료 전문 교육기관 설립이었다. 마지막이 ‘의료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었다. 의사로서 봉사의 꿈이다.
이 회장의 꿈은 가천길재단 산하 새생명찾아주기운동본부를 통해 현실로 바뀌고 있다. 이 회장은 심장병 등 수술로 고칠 수 있는 병을 앓고 있는 빈곤층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비를 지원한다. 그는 1992년 5월 이 기구를 만든 뒤 2001년 1월 사회복지법인으로 전환했다. 이 기구는 지난 2월 기준으로 2만6565명의 후원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 기구의 지원을 받아 수술을 받은 환자만 4605명에 이른다.
이 회장은 직접 외국 어린이 환자를 수술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이 회장은 1992년 한국여자의사회 의료봉사단의 일원으로 베트남에 갔다가 만난 심장병 환자 도티늄을 길병원으로 초청해 심장수술을 지원했다. 국내 병원의 의료기술 기부를 통해 완쾌한 첫번째 외국환자였다.
이 회장은 그뒤 심장병을 앓고 있는 외국 어린이를 초청해 무료수술을 하고 있다. 17년 동안 약 300명의 어린이가 건강을 되찾았다. 이 회장은 “우리가 가난하고 의사와 약이 없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던 시절 외국정부와 단체의 도움을 받았다”며 “이제 우리보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나라를 찾아 우리가 받았던 것을 돌려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기부는 의료분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문화예술사업을 통한 기부도 적극적으로 한다. 이 회장은 가천문화재단을 통해 인천지역의 학술연구와 전통문화사업을 지원한다. 이 회장은 가천문화재단 설립 20주년을 맞는 2011년 “정신없이 아픈 사람들만 치유하며 살던 어느날 문득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생각을 했다”며 “그때를 계기로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재단을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가천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사업은 20여 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널리 알려진 것이 심청효행대상이다. 이 상은 효녀를 선정해 장학금 1천만 원을 지급한다. 한국남자와 결혼한 다문화가정 여성을 대상으로 다문화가정효부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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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이 2009년 9월24일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몽골대사관에서 몽골 정부가 외국인에게 주는 보건의료 최고 훈장인 '훔테트 템테그 의료훈장'을 받고 있다. |
◆ 이길여 명성에 흠집 낸 친척비리
이 회장은 그동안 재산 욕심이 없다고 거듭 말해왔다. 그는 “내 개인 재산은 대학 동창회에 내놓을 정도의 얼마 안 되는 돈이 전부다”며 “대신 가천길재단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 재산은 모두 법인화했으니 사실상 사회에 전부 환원한 것”이라며 “앞으로 재산이 생겨도 그것 또한 모두 재단의 것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친척들이 병원 내 횡령와 리베이트 수수 등에 개입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런 이 회장의 발언에 흠집을 내는 일이 적지 않다. 특히 친척의 일부 횡령은 이 회장으로 의혹의 시선을 쏠리게 했다.
길의료재단과 한서약업의 관계가 대표적인 예다. 한서약업은 2009년 기준으로 길병원 4곳의 의약품 91.7%를 공급한 약품유통회사다. 이곳은 이 회장이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기업이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전체 지분의 47.6%를 이 회장의 조카사위 이승복씨가 보유하고 있다. 조카인 최승헌씨도 11.9%를 갖고 있다.
이런 관계는 감사원의 ‘국민건강보험 약제비 관리 실태’ 보고서에서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서약업이 길의료재단의 ‘직영 도매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결국 한서약업의 수익은 사실상 이 회장의 몫이라는 의혹으로 이어진다. 2012년 약사법이 개정되면서 의료기관과 병원 친족이 소유한 제약 및 도매회사 간 거래는 금지됐다.
가천길재단이 송도에 조성중인 ‘바이오리서치단지’를 놓고 여러 문제가 불거져 검찰수사가 진행된 것도 이 회장에게 오점이 됐다.
검찰은 가천길재단이 바이오리서치단지 공사과정에서 공사비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8월 수사를 했다. 그 결과 이 회장의 7촌 조카로 알려진 가천대 길병원 경리팀장 이모씨가 횡령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됐다.
이씨는 2003~2012년 동안 길병원이 설립한 청소회사를 관리하면서 16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이씨는 검찰에서 “횡령한 16억 원 중 일부는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길병원 (이길여) 이사장 비서실에 건넸다”고 진술했다. 이 때문에 이 회장 본인이 검찰조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렀다.
검찰은 지난달 14일 이 회장을 무혐의 처리했다. 검찰은 “이 회장은 10년 동안 개인자산 관리를 비서실에 맡겼다”며 “경리팀장 이씨가 뇌물로 받은 16억 원 중 약 10억 원이 비서실 계좌로 들어왔으나 이를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비서실 직원들도 조사결과 (비서실로 보낸 돈이) 횡령한 것인지 알지 못해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