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 코로나19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피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에 놓였다.   

정 사장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규모를 줄이고 주가연계증권(ELS) 자체 헤지비중을 낮추며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위험부담 덜어낸 투자로 코로나19 위기에 돋보여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초대형 투자은행(IB) 등 주요 증권사 가운데 NH투자증권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관련 위험노출금액이 가장 적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3월 말 기준 NH투자증권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관련 위험노출금액 잔액은 8천억 원가량이다.

메리츠증권 2조3천억 원, 삼성증권 1조9천억 원, 한국투자증권 1조5천억 원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볼 수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증권사의 주요 사업영역 가운데 하나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시장의 신용 리스크에 대비해 올해 초 NH농협금융지주와 협의를 통해 올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사업 규모를 매우 제한적 수준에서 한도를 설정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관련 대출은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증권사들은 건설사 대출채권을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ABCP)을 발행하거나 지급보증을 서는 형태로 신용을 보강해주고 수수료 수익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서 증권사의 유동성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산유동화증권은 보통 3개월 안에 차환 발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면 유동성 및 신용공여를 제공한 증권사가 떠안아야 한다.

한국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 삼성증권이 자산유동화증권(ABCP) 차환 발행에 실패해 자체 매입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주가연계증권 운용에서 자체 헤지비중을 크게 줄이도록 했는데 이런 점이 NH투자증권의 유동성 부담을 줄이는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정 사장이 주가연계증권(ELS)의 자체 헤지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이도록 하면서 2019년 말 기준 NH투자증권의 자체 헤지 주가연계증권 잔액은 1조7천억 원으로 줄었다.

초대형 투자은행(IB) 5곳의 평균 3조6천억 원을 크게 밑돌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NH투자증권의 주가연게증권 자체 헤지 규모는 2018년보다 30% 이상 감소했다”며 “NH투자증권은 내부적으로 파생상품 평가모델을 개선해 손실과 위험수준을 낮출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지난해부터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며 주가연계증권(ELS) 관리에 이어 부동산 우발채무도 줄일 것을 지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가 위험부담을 안고 투자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실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정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 10여 년 동안 금융투자업은 자본과 리스크를 많이 사용하는 구조로 변화해 왔지만 더이상 이런 방식으로는 성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 사장이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 경영기조를 편 것인데 이는 NH투자증권이 농협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있는 점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이 실적만을 쫓다 유동성 위기 등에 빠진다면 공공적 성격이 강한 농협 계열사로서 더 큰 비난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리스크 관리에 집중한 결과 NH투자증권은 최근 한국기업평가에서 실시한 정기평가에서 무보증사채 및 파생결합사채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를 유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