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4월 신용평가 회사들의 정기 신용평가를 앞두고 회사채 등급이 떨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회사채 등급이 한 단계라도 떨어지게 되면 8천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의 조기상환요건을 충족하게 돼 일시에 갚아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의 회사채 등급은 현재 BBB-로 한 단계라도 하락하는 평가를 받게 되면 투기등급이 된다.
게다가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유동화증권 옵션에서는 회사채 신용등급이 BBB-미만으로 하락하면 조기상환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의 리스계약에는 리스부채 이외의 채무에서 기한의 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하면 해당 리스부채도 한꺼번에 갚아야 하는 크로스 디폴트 조항도 포함돼 있다.
결국 회사채 신용등급이 한 단계 떨어지면 연쇄적으로 다른 채무에도 영향을 주도록 얽혀 있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에 따른 항공업황 악화로 최근 단기차입금을 늘리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7일 스탠바이론 형태로 3천억 원(산업은행 2152억 원, 수출입은행 848억 원)의 단기차입금 증액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이번에 조달한 스탠바이론은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의 개념으로 항공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자금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월12일과 2월25일에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 KB증권에서 각각 1천억 원을 브릿지론으로 총 3천억 원을 조달한데 이어 다시 2개월 만에 추가 조달을 결정함으로써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에 융통한 자금을 당장 만기를 앞둔 채권들을 갚는데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유동화증권 가운데 2800억 원 규모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데 당장 6월 안으로 차환해야 하는 물량은 953억 원 규모로 파악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4천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CP)도 올해 상반기 안에 만기가 도래한다.
이에따라 아시아나항공을 바라보는 신용평가사들의 시선도 차가워지고 있다.
신용평가회사인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아시아나항공 자산유동화증권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항공사들은 항공운항실적을 토대로 한 장래매출채권을 기초로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코로나19로 사실상 운항을 멈추면서 자산유동화증권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할 자금 유통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아시아나항공 자산유동화증권의 신탁원본 회수 실적이 급격하게 감소했다”며 “회수실적 저하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회복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기내면세품 신용판매대금채권 등 다른 자산을 자산유동화증권과 관련한 기초자산으로 추가로 신탁하면서 조기상환사태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이 현재 기대할 수 있는 희망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절차가 무난히 마무리돼 이번 고비를 피해가는 것 뿐이다.
신용평가사들도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 재무적 지원을 얼마나 할 것인지가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주요 요인이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작업이 완료되면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금융시장에서도 이를 긍정적 요소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