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이 소매금융부문 역량 강화를 위한 전략 마련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1분기 개인투자자 주식 거래량이 급증했음에도 소매금융부문에서 경쟁사 대비 다소 아쉬운 성장을 보였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에 대거 입성한 영향으로 1분기 증권사 신규계좌 개설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1분기 메리츠증권에서 개설된 신규계좌는 2019년 1분기보다 114% 늘었다. 2배 넘게 증가했지만 경쟁사에 비해 다소 아쉬운 결과다.
같은 기간 NH투자증권은 552%, 키움증권 359%, KB증권 255%, 신한금융투자 216%, 미래에셋대우는 173%의 신규계좌 증가율을 보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폭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이 ‘저점 매수’ 기회를 노려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인투자자 매도세에도 개인투자자들이 적극 주식 매입에 나서는 것을 놓고 '동학개미운동'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2019년 3월 한 달 187조 원이었던 증시 거래대금은 2020년 3월 406조 원으로 117.11% 뛰었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 거래대금은 116조 원에서 280조 원으로 141.38% 증가했다.
4월에도 개인투자자의 활발한 증시참여는 계속되고 있다. 10일까지 모두 178억 원에 이르는 거래대금이 오갔고 개인투자자는 140조 원이 넘는 규모의 주식을 사고팔았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거래대금 급증에 따른 증권사 위탁매매 수수료수익의 증가가 예상된다”며 “이자손익도 크게 감소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소매금융부문 호황이 전망된다”고 바라봤다.
소매금융부문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 등 증권사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투자금융(IB)부문 위축을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으로 만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메리츠증권 역시 최근 금리 2%대의 전자단기사채를 내놓으며 저금리시대에 접하기 힘든 고금리상품임을 내세워 소매금융 키우기에 나섰다.
메리츠증권은 “소매금융부문 경쟁력을 강화해 새로운 고객가치 창출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메리츠증권은 2019년 별도기준 위탁매매 수수료수익이 전체 수수료수익 가운데 약 12%에 불과해 개인투자자 거래 급증에 따른 수혜를 고스란히 누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 부회장은 메리츠증권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강점을 지닌 증권사로 키웠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투자금융부문 수익 덕분에 2013년 7169억 원이었던 자본이 2019년 4조193억 원으로 급성장할 수 있었다.
투자금융부문에 치우친 메리츠증권의 수익구조를 다각화하는 것은 최 부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메리츠증권의 전체 수수료수익에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투자금융(IB)부문 비중은 84.57%에 이른다. 반면 위탁매매와 자산관리를 포함하는 소매금융부문은 15.43%에 불과하다.
다른 증권사들의 투자금융(IB) 관련 수수료수익 비중을 살펴보면 삼성증권 38.07%, 미래에셋대우 46.31%, 한국투자증권 51.32%, NH투자증권 53.67%로 메리츠증권 만큼 높지 않다.
장효선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소매금융부문과 투자금융 부문의 균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균형잡힌 사업모델을 구축한 증권사는 한 단계 도약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 큰 손으로 떠오르면서 증권사들마다 '개미’ 끌어 모으기에 열을 올리며 타사주식 대체입고, 현금 증정, 발행어음 특판 등 경쟁적으로 다양한 이벤트 진행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고객이 증가하면 주식 위탁매매수수료 수익뿐만 아니라 신용거래 이자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여파에 투자금융부문 침체가 한 동안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증권사들의 소매금융 강화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