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국감 출석을 숨죽이고 지켜봤다.
두산그룹은 이미 서울 시내면세점에 도전장을 냈고 신세계그룹도 지난번 신규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쓴잔을 들고 난 뒤 재도전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그룹은 롯데면세점의 소공점과 제2롯데월드점 가운데 한 곳이 재승인심사에서 탈락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 기회는 신 회장이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롯데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 롯데면세점의 특혜의혹를 어떻게 방어하느냐에 달려있었다.
두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신 회장의 국감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을까?
◆ 두산, 동대문 상권 앞세워 롯데 아성에 도전
두산그룹의 지주사격인 두산은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를 앞세워 면세점 특허 경쟁에 출사표를 던졌다.
|
|
|
▲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7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차년도 산업혁신운동 성과보고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동대문의 ‘터줏대감’으로서 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떠오르는 동대문 상권을 대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두산은 서울 강북권 면세점인 'SK워커힐'과 '롯데소공점' 두 곳 가운데 한곳을 대신해 면세점을 차지하는 방안을 노리고 있다.
두산은 면세점 운영 노하우가 없지만 동대문 상권이라는 지리적 이점과 박용만 회장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확보하고 있다.
박 회장은 2013년부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라는 공직을 맡으면서 재계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박 회장은 지난 2일 박근혜 대통령과 한중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한국기업이냐 일본기업이냐 국적논란이 이는 반면 두산그룹은 한국 근대사와 함께해 온 기업으로 재조명받고 있다”며 “박 회장이 중공업사업에 치중하다 뒤늦게 면세점사업에 뛰어든 것은 이런 부분까지 염두해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회장은 면세점 심사를 앞두고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는 등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한 활동에 시동을 걸고 있다.
면세점 참여기업의 지역사회 공헌활동은 면세점 평가항목 가운데 하나다.
박 회장은 14일 임직원들과 함께 서울 중구청과 중구의 9개 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 자율방범대의 도움을 받아 아동 왕래가 잦은 횡단보도 14곳에 옐로카펫을 설치했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 1만여 명의 임직원들이 ‘두산인 봉사의 날’ 행사를 통해 세계 16개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세계 각지에서 오늘 하는 활동들이 이웃들의 마음에 전달될 수 있도록 진정을 담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산은 지난 16일 동대문의 랜드마크로 떠오르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운영하는 법인인 서울디자인재단과 동대문 상권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 신세계, 면세점 재도전 저울질
신세계그룹은 시내면세점 재도전에 나설지 고심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14일 열린 협력회사 채용박람회에 참석해 면세점사업을 묻는 질문에 “별도로 발표하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
|
|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15일 서울 양재동 aT센터 제1 전시장에서 열린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채용박람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정 부회장은 시내면세점 입찰 막판까지 신청을 저울질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7월 신규면세점 입찰에서 패배했다. 이번에 기회가 크지 않은데 무리하게 뛰어들었다 또 실패할 경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상대가 한국의 면세점사업을 오랫동안 독점해 온 롯데그룹이라는 점에서 승산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실패할 경우 자칫 정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신세계그룹이 지난번 신규면세점 입찰을 위해 준비한 조직과 인력은 큰 부담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번 남대문시장에 15억 원을 지원해 콘텐츠 개발에 힘쓰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면세점 입찰에 탈락하고도 남대문시장과 관광인프라 개선사업을 추진하는 등 기회를 엿보고 있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오랜 기간 국내 면세시장을 독점한 만큼 관세청 등 주요 정부기관과 끈끈한 유대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롯데그룹이 국감에서 불리한 상황이 연출되지 않는 이상 신세계가 이 자리를 파고들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