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른 시일 안에 KB금융지주와 푸르덴셜생명 직원이 포함된 실무협의회가 구성돼 인수 이후 조직 안정 및 시너지 강화 등을 놓고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의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보는 시선은 말 그대로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우선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면서 KB금융그룹의 포트폴리오도 완성됐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은행, 증권사, 카드사,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등 외형을 모두 갖췄을 뿐만 아니라 은행은 1~2위, 나머지 회사들은 업계 3~5위권을 다투는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비은행 강화에도 제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윤종규 회장은 장기적으로 은행과 비은행 비중을 60대 40으로 들고 간다는 계획을 세워뒀는데 이번 인수를 통해 윤 회장의 큰 그림에 한층 가까워졌다.
푸르덴셜생명의 자체 경쟁력도 높다. 윤 회장은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보낸 CEO레터에서 푸르덴셜생명을 놓고 “국내 최고 수준의 건전성과 효율적 손해율 관리 역량, 최정예 설계사 조직까지 모두 갖추고 있는 그야말로 ‘알짜배기 회사’”라고 기대했다.
그럼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가시지 않는 이유는 기준금리가 0%대로 떨어지면서 유례없는 초저금리 환경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미 생명보험사들의 실적 악화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생명보험사의 순이익 합계는 3조1140억 원으로 전년보다 22.8%나 줄었다.
기준금리가 더 낮아질 가능성 역시 충분하다. 현재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치인 연 0.75%인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정책 여력이 있다”며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 회장 역시 이런 시선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는 CEO레터에서 “최근 심화되는 저금리기조 및 코로나19 여파로 생명보험사 인수를 놓고 우려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런 부분까지 다 감안해 면밀한 실사를 진행했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여전히 생명보험 수요가 높고 유럽이나 일본 등 저금리 기조를 일찌감치 경험한 국가에서 보험사의 PBR(주가 순자산비율)이 높다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KB생명보험과 외국계 보험사인 푸르덴셜생명의 ‘화학적 결합’도 윤 회장의 과제로 꼽힌다.
KB생명보험은 2004년 KB국민은행이 옛 한일생명의 자산과 부채를 인수하고 300억 원을 출자해 만들었다. 외국계인 푸르덴셜생명과 조직문화가 상이할 수밖에 없다.
KB생명보험의 규모나 위상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점 역시 문제다. 앞으로 푸르덴셜생명이라는 이름을 버릴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잡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이직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도 벌써부터 나온다. 푸르덴셜생명은 재무설계사 조직이 강하고 푸르덴셜생명이라는 이름값에 대한 자부심도 높은 편으로 전해진다.
KB금융지주의 재무적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KB금융지주는 “1분기 후순위채 발행 및 앞으로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철저한 자금조달 계획 이행을 통해 인수 이후에도 안정적인 이중 레버리지비율과 BIS비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는 윤 회장이 취임한 뒤 세 번째 인수다. 윤 회장은 2014년 취임해 LIG손해보험(KB손해보험) 인수를 마무리했고 현대증권(KB증권)도 인수했다. 두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윤 회장의 과감한 추진력이 큰 역할을 했다.
KB금융지주는 윤 회장 이전에는 인수합병시장에서 아픔을 많이 겪었다.
2006년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한 뒤 10년 가까이 대형 인수합병에서 번번이 쓴 잔을 마셨다. 2011년에도 우리은행 인수전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지만 당시 정치권의 부정적 여론과 노조의 반발에 부딪쳤다. 2012년에도 ING생명의 인수를 추진하다 이사회의 반대로 좌절됐다.